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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외국인 여성 '싸게' 쓰면 우리나라 여성이 아이 낳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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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름 기자]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공동주최하고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가 공동주관한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가 2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은행이 지난 3월 5일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보고서’를 비롯해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 논의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돌봄분야 발전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 '사회적 돌봄'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은행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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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보다 적게 임금을 주자는 한국은행의 보고서 내용에 시민사회단체가 반박하는 기자회견 모습.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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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봄'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하나 인정과 대우가 가장 각박했던 노동

두번째 발제를 맡은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돌봄에 대한 논의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조혁진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노동이지만 필요한 만큼의 사회적 인정과 대우를 받지 못하는 노동이 바로 돌봄노동"이라고 지적하고, 돌봄 노동자의 계약 행태, 임금(소득) 수준, 노동 시간, 사회보장 적용 등의 부가 급여, 노동과정의 통제권, 건강과 안전 문제, 사회적 인정 등의 측면에서 돌봄 노동에 대해 자세히 검토했다.

조 연구위원은 돌봄노동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현재 구조에서는 괜찮은 돌봄 서비스 제공은 가능하지 않다며 △돌봄서비스 영역의 거버넌스 구조 마련 △돌봄노동의 특성을 반영한 임금체계 수립 △민간 위탁 및 민간 주도에서 공영 및 공공주도로의 변화 추구 △사회구조의 변화를 반영한 돌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또한 돌봄의 부담을 개인의 책임으로 하는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등의 사례를 공적 돌봄 체계가 존재하는 한국에 적용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공적 돌봄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돌봄서비스 영역의 '인력난’에 대해 공적 돌봄 체계를 강화하고,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돌봄의 지속가능성, 더 나아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돌봄서비스 영역의 민간위탁 고용관계에 공공의 책임을 더욱 확대하는 공영 방식을 늘릴 것을 강조했다. 이에 더해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임금결정 과정에서의 종사자 참여, 직무가치가 반영되는 임금체계 개편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무엇보다 돌봄 노동자의 더 나은 노동조건이 더 좋은 돌봄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져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인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을 맡은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양난주 교수는 한국은행 보고서의 문제 진단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나라에는 아동, 노인에 대한 보편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제도가 있으며 현재 수백만 명이 이를 이용하고 있고, 공적 재원 수십조가 투입되고 있는데 한국은행이 제기한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부담’이 과연 누구의 문제이며 누구의 필요인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나 보육서비의 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입주간병인과 입주육아도우미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그러한 선호(opt-out)는 개인 차원에서 지불해야 된다는 것이다. 양난주 교수는 개별 가구에서 외국돌봄인력에 의한 서비스를 시장에서 저렴하게 구매해서 해결하는 것은 문제 해결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들어 온 사회적 돌봄 제도를 훼손하는 역행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낮은 임금으로 인해 돌봄 인력 채용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돌봄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해법은 돌봄 일자리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 과연 외국인에게만 '최저임금 이하' 적용할까? 외국인 여성 싸게 쓰면 우리나라 여성이 아이 낳을까?

가사⋅돌봄유니온 최영미 위원장은 한국은행 보고서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내국인에게도 적용되는 것인데 외국인을 내세움으로써 그 점을 교묘하게 감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위원장은 돌봄 분야 인력 부족의 원인은 경력과 무관한 평생 최저임금, 열악한 근로조건, 사회적으로 낮은 인식과 직업전망의 부재에 있다고 지적하고, 지금 당면한 과제는 돌봄일자리에 진입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안착시키고, 진입시킬 것인가에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근기법 11조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조항을 폐지하고, 더 이상 외국인에 대한 차별 주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ILO 189호 협약(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돌봄의 국가 책임, 국가 및 종사자와 이용자, 중계기관의 권리와 의미를 명시하고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포함하는 (가칭) 돌봄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법률원 박지아 변호사 역시 '돌봄노동은 싼값으로 해결 가능하다’, '최저임금제와 근로기준법 차등 적용은 가능하다’는 식의 접근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고용개선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으로 돌봄의 필요를 충족하고 이것이 재원 확충으로 이어지는 고진로(High Road)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의 정영섭 활동가는 2004년 고용허가제 시행이래 사업장 변경 제한 문제 등 숱한 권리 제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에게 노동법은 전면 적용되어 왔는데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한다는 정부가 이주노동자 임금차별을 제도화하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며 국제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정영섭 활동가는 나주시의회가 이주노동자 일당이 높다며 임금답합 캠페인을 벌인 이후 이주노동자들이 대거 지역을 빠져나가 큰 타격을 받고 임금이 오히려 상승되었던 사례를 소개하고 개별가구가 직접 고용 방식으로 최저임금법 적용을 피해가더라도 이는 이탈을 부추기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돌봄 이주노동자만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임금을 받게 된다면 이 역시 이탈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보았다. 정영섭 활동가는 인구절벽, 노동력 부족,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 증가는 필연적인데 정부가 '권리 없는 노동력 확대’만 골몰하고 있다며 하인노동자, 노예노동자가 아니라 같은 노동자로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이오 활동가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돌봄 비용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 중 하나로 여성 경제활동 제약 및 저출산을 들고 있는데 과연 돌봄 비용이 낮아지면 여성들이 일을 중단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성차별과 삶의 질 하락이라는 총체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저출산’을 단지 돌봄 부담 비용 때문이라고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이오 활동가는 한국은행이 여성/돌봄노동 저평가 문제에 대해 아무런 성찰 없이 '값싼 노동력’ 유입이라는 시장논리로만 '저출산’을 해결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모두가 돌봄을 잘 주고 받기 위해서는 사회적 조건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장시간 노동체제를 해체하고, △혈연 중심의 '가족’개념을 동반자 개념으로 전환해 좋은 돌봄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국가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혜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이 좌장을 맡은 이번 토론회에는 고용노동부 외국인력 수급 및 체류 대책TF 이정석 사무관과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일자리과 전인수 사무관도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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