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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위에 인부들 있어…방금 다리 무너졌다" 선원·경찰 긴박했던 9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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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경찰 발빠른 대처 덕 대형참사 막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화물 컨테이너선 달리호가 다리와 충돌하기 직전 선원들과 경찰이 긴박하게 움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선원들은 사고 직전 조난 신호를 보냈고 경찰들은 불과 90초 만에 교량 양쪽에서 교통을 통제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메릴랜드주 교통경찰의 무전 기록 등을 토대로 달리호의 볼티모어항의 다리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릿지'와 충돌 전후 상황을 재구성했다.

아시아경제

美볼티모어항 대형교량, '선박 충돌'로 심야 붕괴. 사진출처=엑스(X·옛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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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달리호가 예인선 두 척의 안내를 받아 부두를 떠난 시각은 26일(현지시간) 오전 0시30분께였다. 이후 오전 1시25분께 예인선은 분리돼 항구로 돌아갔고, 달리호는 교량 쪽으로 접근하면서 시속 약 10마일(약 16km)로 가속했다.

하지만 잠시 뒤 달리호의 엔진이 꺼졌으며 추진 시스템은 중단된 채 경고등이 깜박였다. 비상 상황을 인지한 달리호 선원은 오전 1시27분께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보냈고, 이에 항구로 돌아가던 예인선 한 대가 방향을 틀어 다시 달리호로 향했다. 배 위 선원들도 시스템 복구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비상 발전기가 가동되면서 조명과 레이더, 조향장치가 잠시 복구되는 듯했지만, 결국 달리호는 추진력을 잃고 교량 쪽으로 표류했다.

같은 시각, 육지에 있던 경찰은 신속하게 교통 통제에 나섰다. 당시 메릴랜드 교통경찰의 무전 기록을 보면 "남쪽에 있는 당신들 중 한 명, 북쪽에 있는 당신들 중 한 명이 다리의 모든 교통을 통제해야 한다. 방금 방향을 잃은 배가 다가오고 있다. 그들(선원들)이 배를 다시 통제할 때까지 우리는 교통을 멈춰야 한다"고 다급하게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지금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운전 중이었지만 다리 앞에서 멈췄고 모든 (다리로 진입하는) 교통을 멈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분 뒤 경찰들은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다리 위에는 포트홀(도로 파임) 수리하던 8명의 인부가 있었다. 이들은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멕시코 출신의 이민자들이었다.

무전 기록에는 "다리 위에 작업 중인 인부들이 있나?…저 위에 인부들이 있다"며 현장 감독에게 상황을 알리고 그들이 잠시 다리에서 나올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어 오전 1시29분 직전에 한 경찰관이 볼티모어 벨트웨이 도로가 폐쇄됐다며 인부들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초도 채 지나지 않아 다리 붕괴 첫 보고가 들어왔다. 한 경찰관은 무전기에 "다리 전체가 무너졌다! 누구든 이동하라, 모두. 방금 다리 전체가 무너졌다!"고 외쳤다.

경찰은 모든 교통이 통제됐는지 거듭 확인했다. 해군 소장을 지낸 스태시 펠코스키 뉴욕주립대 교수는 "선박의 크기와 무게를 고려하면 어떤 추진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선박을 멈추기는 어렵다"며 "전력이 없는 상태에서 달리호의 조종사나 승무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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