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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대통령 동기동창 주중대사 ‘갑질’ 의혹, 엄중히 밝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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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주중국대사가 대사관 직원에게 ‘갑질’을 저질렀다는 신고가 접수돼 외교부가 조사에 나섰다. 주중대사관에 주재관으로 파견된 중앙행정부처 공무원 A씨가 정 대사로부터 당한 폭언 등 비위 행위를 증거 자료와 함께 본부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한국일보와 한겨레의 28일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외교부는 “주중대사관에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한·중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에 머물러 있는 와중에 이건 또 무슨 일인가.

관련 보도들에 따르면 정 대사는 A 주재관에게 “이런 머리로 여태 일을 해왔다는 거죠” “박사까지 했다는 사람 머리가 그것밖에 안 되나”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현 단계에서 정 대사의 갑질 의혹을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주중대사관 안팎에서 ‘언젠가는 터질 게 터졌다’는 식의 증언이 잇따르는 걸 보면 근거가 전혀 없지 않으며, 따라서 정 대사의 품행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외국에 고립돼 생활하는 재외공관 특성상 과거에도 유사 사례가 더러 있었다. 외교부는 그런 일을 거치면서 확립한 지침에 따라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 외교부 지침에 따르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욕설·폭언·폭행과 외모·신체 비하 발언, 불필요한 신체 접촉 등 모욕적 언행을 행하는 것’을 갑질로 본다.

문제는 정 대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고교 동기동창이라는 점이다. 이 사실이 갑질 의혹 진상조사와 징계 절차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2년 대선 직후 주중대사 임명 때는 정 대사가 중국 외교정책 연구의 권위자라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됐다. 그가 부임 후 1년8개월 동안 대중국 외교에 얼마나 능력을 발휘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정 대사가 중국 측 인사들과 얼마나 원활하게 소통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고 대사관 안팎의 평가가 그리 후하지 않은 듯하다.

유례없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에 대중 외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최전선은 주중대사관이다. 정부가 원팀이 되고, 외교 자원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 와중에 공관장의 직원 갑질 의혹은, 그 사실 자체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정 대사 체제로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지 판단하고, 갑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엄중히 문책하고 대사 교체도 검토하기 바란다.

경향신문

정재호 주 중국 대사가 2022년 7월15일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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