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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미약품 분쟁, 형제 승리…"한미 브랜드 다시 세울 것"(종합 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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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형제 측 이사 선임안 모두 가결…이사회 장악

모녀 측은 주총 전부터 나타나지 않아

'상속세 해결 자금 조달'은 여전히 과제

약 두 달을 끌어온 한미약품그룹의 '모녀의 난'이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승리로 종결됐다. OCI그룹과의 통합을 전면 무산시킨 두 형제는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한미라는 브랜드를 다시 확립해 복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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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왼쪽)와 임종훈 이사가 28일 정기주주총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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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는 형제 측의 승리로 끝났다. 총 2160명에 달하는 주주들이 표결에 나선 가운데 형제 측은 52% 내외의 과반의 지지율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모녀 측은 48%가량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치며 단 한 명의 이사 후보도 이사회에 진입시키지 못했다.

이날 주총은 초반부터 진통을 겪었다. 수많은 위임장이 쏟아지면서 새벽 5시부터 이뤄진 위임장 확인은 1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주총이 9시 개최인 만큼 무려 4시간이나 앞당겨 위임장 확인을 시작했지만 난항을 겪었다. 덩달아 주총 개회 역시 3시간30분을 훌쩍 넘긴 오후 12시30분께에야 이뤄졌다. 순항하는 듯한 주총은 오늘의 결정적 안건인 이사 선임의 건부터 다시 템포를 늦췄다. 오후1시께 투표가 마무리됐지만 이후로도 검표와 투표 결과 종합을 두고 양측이 논쟁을 벌이면서 무려 2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 정각에야 결판이 나게 됐다.

그 결과 형제 측은 본인 2명을 포함해 권규찬·배보경·사봉관 등 총 5명의 이사를 과반의 지지로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모녀 측도 임 부회장과 통합의 파트너인 이우현 OCI그룹 회장을 비롯해 총 6명의 이사를 신규 선임하겠다는 안건을 냈지만 모두 좌절됐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내 형제 측 이사가 총 5명으로 기존의 모녀 측 이사 4명을 압도하게 됐다. 다만 배보경·사봉관 이사의 경우 추가로 논의된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이와 관련한 대주주의 지분율 행사를 3%로 제한하는 상법 규정의 여파로 감사 선임이 무산됐다.

주총 전부터 나타나지 않은 '모녀'…소액주주 지지 속 승리 거둔 '형제'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이날 주총 현장에서는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예정된 주총 시작 시각 전부터 주총장을 찾은 형제와 달리 모녀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 회장의 경우 몸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이미 지난주 알려진 만큼 불참이 일찍이 예견됐지만, 임 부회장까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날 아침까지 이뤄진 의결권 취합 결과 승패가 이미 갈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주총 시작 후에도 형제 측 인사들이 '빠른 검표'를 누차 요구하는가 하면, 모녀 측 주요 인사 중 유일하게 주총에 직접 참석한 이 회장마저 결과가 나오기 전인 2시25분께 주총장을 떠나면서 패색이 짙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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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표 싸움의 승패를 가른 건 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였다. 대주주 간 표 싸움에서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으로 돌아선 반면, 국민연금이 모녀 측의 지지를 선언하면서 모녀 측이 우위를 점한 상태였다. 하지만 형제 측은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으며 판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날 이사 선임 안건의 표결 결과를 보면 총투표 참여 주식 5960만여주 중 형제 측은 3100만여주(52%), 모녀 측은 2860만여주(48%)를 가져갔다. 이미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한 대주주 보유 주식을 제외하면 소액주주 중 모녀 측을 지지한 숫자는 100만여주에 불과한 데 비해 형제 측은 약 500만주를 얻었다. 즉 표결 참여 소액주주 중에서는 84%가량이 형제 측을 지지한 셈이다.

소액주주들이 이처럼 형제 측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은 이번 통합이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쟁에서 형제 측을 지지했던 소액주주연대는 이번 분쟁과 관련해 "회사가 아닌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는 것"이라며 "한미사이언스의 회사 가치가 심각히 훼손돼, 기존의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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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기 화성시 신텍스에서 열린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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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주식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오후 한때 전일 종가 대비 6.5%나 하락했던 한미사이언스 주식은 형제 측의 승리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때 15%나 상승한 후 9.10% 오르며 장을 마쳤다. 임종윤 이사가 이끄는 코리그룹 소속의 상장사 DXVX도 형제 측의 승리 후 순식간에 전일 종가 대비 28.5%나 치솟기도 했다.

양 그룹 통합은 전면 중단…임종윤 "한미라는 브랜드 복구할 것"
형제 측의 승리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추진돼 온 OCI그룹과의 통합은 전면 중단된다. OCI홀딩스 측은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모녀 측도 "주주님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주주들과 전·현직 임직원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한미에 대한 성원을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승리를 거둔 임종윤 이사는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더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주주들과 '키맨'으로 꼽힌 신동국 회장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이어 "어머니랑 여동생과 같이 가기를 원한다"며 "한미라는 브랜드를 다시 확립해 복구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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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28일 경기 화성시 신텍스에서 열린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앞으로 형제 측에게 남은 최우선 과제는 자금 조달로 평가된다. 이번 갈등의 본질은 결국 2020년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오너 일가에게 부과된 5400억원의 상속세라는 지적이다. 모녀 측이 OCI와의 통합을 주장한 것도 상속세 자금 마련과 함께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보장받는 묘수로 보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에 모녀 측은 형제 측에 자금원을 명확히 밝히라며 '사모펀드가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속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을 이끌어가야 하는 형제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경영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형제 측은 앞선 분쟁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상속세 해결을 위한 자금의 명확한 출처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는 상태다. 임종윤 이사는 앞서 "자금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순자산을 봐야 한다"며 "세금 문제를 개인적으로 잘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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