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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클랑포룸 빈' 피터 폴 카인라드 "협업하고 싶은 작곡가? 진은숙이죠"[문화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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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피터 폴 카인라드. ? Markus Sepperer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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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협업하고 싶은 한국 작곡가가 있냐고요? 당연히 진은숙입니다."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 의장이자 페루초 부조니-구스타브 말러 재단 예술감독인 피터 폴 카인라드가 세계 정상급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클랑포룸 빈'을 이끌고 내한했다.

클랑포룸 빈은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이다. 프랑스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 독일 '앙상블 모데른'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로 꼽힌다. 저명한 현대음악 작곡가 베아트 푸러가 1985년 창단, 500여 작품을 세계 초연하고 70여종의 음반을 녹음했다. 카인라드는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클랑포룸 빈은 오는 4월3일과 5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두 차례의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28일 오후 서울 웨스틴 조선에서 만난 피터 폴 카인라드는 "클랑포룸 빈은 새로운 음악에 있어서 빈필에 해당하는 단체"라고 말했다. "우리가 최고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새로운 음악에 있어서 거침 없이 훌륭한 연주를 해왔죠. 특히 '인 베인'은 클랑포품 빈의 진정한 비르투오소를 경험할 수 있는 곡입니다."

클랑포룸 빈은 오는 4월5일 한국 초연으로 현대음악 거장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하스의 대작 '인 베인'을 들려준다. '헛되이'를 뜻하는 제목의 '인 베인'은 현대 사회의 부조리함을 순환적 시간관념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때때로 무대와 객석은 완전한 어둠에 잠긴다. 어둠이 상징하는 상황이 극복된 듯 하다가도 다시 어둠이 반복되는 무대 연출이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하스의 현대적 음악 어법과 어우러진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21세기 최고 걸작 중 하나"라고 극찬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전혀 빛이 없는 깜깜한 암흑 상태에서 시작돼요. 공연장의 비상구 불빛도 막아요. 지휘자가 있지만 24명의 연주자는 앞을 볼 수 없죠. 그런 상황에서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연주하는 그야말로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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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폴 카인라드.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클랑포룸 빈은 오는 4월3일에는 푸에르토리코계 미국 소프라노 소피아 부르고스와 함께 무대에 올라 푸러의 '흔적'을 연주한다. 통영국제음악제 레지던스 작곡가 페테르 위트뵈시의 '시크릿 키스'(통영국제음악재단·런던 위그모어홀·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동 위촉작), 이한의 '우리 주크박스가 망가졌어요'(통영국제음악재단 위촉작), 클로드 비비에의 '가상의 오페라를 위한 세 개의 아리아, 헬무트 락헨만의 '(경직 전의) 움직임'을 한국 초연한다. 바스 비허르스가 지휘봉을 잡는다.

"다양하고 컬러풀한 새로운 음악들이 끊임 없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제한적인 일부 관객들만 이런 음악들을 소비하죠. 혁신적 작곡가들이 많아요. 이들의 음악, 새로운 경험을 더 많은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싶습니다. 그게 제 사명이고, 클랑포룸 빈이 추구하는 방향이죠."

클랑포룸 빈은 오는 12월 창립자 푸러의 70세 생일, 내년 클랑포룸 빈 40주년을 앞두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의 오페라 문학을 반추해가며 극음악을 재창작한 '암오페라(AMOPERA)'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관객들은 특정 작곡가, 특정 시대의 소나타, 원전 연주를 많이 들어요. 이제 좀 더 색다른 경험을 제시해야 합니다. '디스토피아 발라드'라는 부제가 달린 메타 오페라 작품입니다. 여러 오페라 문학 중 16편을 추려 활용한 작품이죠. 현대음악의 새로운 가능성, 가교로서의 역할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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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라드는 협업하고 싶은 한국의 작곡가로는 진은숙을 꼽았다. 그는 "암오페라를 한국에서 공연하게 된다면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우리가 읽어보고, 위촉해 연주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진은숙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곡가다. 2004년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그라베마이어(그로마이어) 상을 받으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2017 비후리 시벨리우스 음악상, 2018 마리 호세 크라비스 음악상, 2019 바흐 음악상, 2021 레오니 소닝 음악상 등을 받았다. 2022년부터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베를린필 진은숙 에디션' 음반 세트를 발매하기도 했다.

카인라드는 국제콩쿠르세계연맹 의장으로, 차이콥스키 콩쿠르 제명, 코로나19 펜데믹 등 연맹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들을 헤쳐나갔다.

"연맹 역사상 처음으로 회원을 제명해야 했죠. 어떻게든 함께 하고 싶었는데 협조가 잘 안 됐어요. 제명에 앞서 두 번 정도 온라인으로 총회를 열었는데 차이콥스키 콩쿠르 대표가 마치 푸틴처럼 이야기하더군요. 음악·문화·콩쿠르를 정치의 선전 도구로 사용하는 듯한 발언이었죠. 발언을 듣고 투표를 했는데 참가자 90% 정도가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퇴출시키는데 찬성했습니다."

카인라드는 "전쟁과 코로나는 재능 있는 젊은 음악인들의 삶에 영향을 줬어요. 많은 피해가 있었죠. 저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제명했지만 러시아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세계 각국의 콩쿠르 참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고, 개인을 보호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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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라드는 한국의 연주자들, 음악교육 시스템에 대해 "유럽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펜데믹 당시 부소니-구스타브 말러 재단 예술감독으로서 한국의 음악교육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탈리아 참가자와 한국 참가자가 있다면 두 사람의 집중력, 음악에 대한 분석력, 생각 등에 큰 차이가 있어요. 음악 교육에는 집중력, 훈련, 확실한 목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유럽의 교육 시스템은 이 세 가지를 더이상 제공하지 않아요. 재능 있는 음악가라고 해도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에서 훈련을 할 때 재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훈련이 없다면 성공하기 힘들죠."

카인라드는 2015년 부조니 피아노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한 문지영, 2021년 우승한 박재홍 등을 언급하며 "둘 다 김대진 한예종 총장의 제자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2000년 이후 15년간 우승자를 내지 않았던 부조니 콩쿠르가 2015년 문지영을 1위로 정할 당시의 상황도 설명했다.

"그때까지는 한국인 참가자가 1위를 한 적이 없었어요. 여러 선입견이 작용했죠. 당시에도 문지영에게 1위를 주는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죠. 에르크 데무스가 심사위원장이었는데 문지영에게 1위를 주지 않으면 이 자리 떠나겠다고 까지 했고, 문지영이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죠."

그는 "콩쿠르라는 것은 어떤 예술적 경주나 게임이 아니다"라며 "문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음 세대에 새 문호를 개방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부조니는 음악교육과 차세대 음악가 양성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선입견들을 무너트리는데도 역할을 했죠."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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