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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안보리 ‘대북제재 감시기구’ 사라진다…러시아가 거부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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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9일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이 뉴욕 유엔 본부에서 핵 비확산에 대한 회의를 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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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북한에 대한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온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반대로 사라지게 되었다.



28일 오전 11시(뉴욕시간·한국시각 28일 오후10시)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연장할지 여부에 대한 유엔 안보리 표결에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연장안이 부결되었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3개국은 찬성했고, 중국은 기권했다. 표결은 애초 지난 22일(현지시각)로 예정됐지만 연기된 바 있다. 당시 외신은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보도한 바 있는데, 이것이 표결 연기의 배경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패널의 활동이 끝나는 것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요한 변화다. 제재 이행을 감시할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대북 제재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 안보리는 매년 3월께 결의안 채택 방식으로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정해왔다. 이번에 연장안이 부결되면서 현재 패널의 임기인 4월30일이 지나면 5월1일부터 활동이 종료된다. 안보리 대북 제재는 자체는 폐지한다는 새로운 결의가 없다면, 계속 유지된다. 하지만, 그것을 안보리에서 감시할 기구는 사라지게 되었다.



특히 이번 부결에는 북한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점에서, 한러관계 악화가 북핵과 한반도 정세의 위기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는 심각한 신호일 수밖에 없다. 이번 표결에 앞서 러시아는 대북 제재 체제에 ‘일몰 조항’을 추가하자고 구체적으로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시기가 지나면 대북 제재의 효력이 자동적으로 사라지게 하자고 요구한 것이다. 러시아가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제안을 내놓고, 전문가 패널의 활동을 중단시킨 상황이다. 러시아는 전문가 패널 보고서도 일 년에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이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라 2009년 설립되었고, 북한 제재위 업무를 지원하면서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이 의심되는 사항에 대해 독립적, 객관적 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연 2회 보고서를 제출하고, 안보리와 제재위, 회원국에 제안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공개된 최신 보고서에는 지난해 후반부터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를 지속해서 들여오고 있는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상세하게 담겼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어 “우리 정부는 28일 오전(현지시각)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감독하는 안보리 북한제재위 산하 전문가패널 임무 연장 결의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 이사국의 압도적 찬성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 모니터링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시점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이사국의 총의에 역행하면서 스스로 옹호해 온 유엔의 제재 레짐과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을 택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박민희 선임기자, 신형철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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