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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광화문·뷰] 개딸들이 국회·법원까지 접수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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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정동영의 ‘정통들’

이재명 전국대표로 이끌어

손가혁 거쳐 지금의 개딸

민주당과 국회 접수 다음은

이재명 대표는 2007년 ‘이변(이재명 변호사)’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했다. 당시 민주당에선 이명박 대선 후보에 맞설 후보를 두고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이 경쟁을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 인기가 최악이라 당을 깨고 만들고 아수라장이었다. 결국 대선 후보로 정동영이 선출됐는데 노사모와 유사한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이라는 팬클럽이 핵심 역할을 했고 이 모임 전국 대표격이 이 대표였다. ‘이변’은 “노무현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면 싫다는 것이 국민적 정서”라고 게시판에 썼고 소속을 ‘경기동부’라고 했다. 이 ‘경기동부’가 그 ‘경기동부’와는 아무 상관없는 성남을 지칭하길 바랄 뿐이다.

17년 전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반노(反盧) 과거사를 꺼내기 위한 게 아니라, ‘정통들’ 때문이다. 정통들은 기동력과 조직력으로 대선 경선의 1등 공신으로 꼽혔지만 조직 동원 의혹도 받았다. 이 대표는 경선 승리 뒤 인터뷰에서 “준비 못 한 진영과 준비한 진영이 있는데 준비한 사람을 왜 운동을 많이 했느냐고 반칙처럼 취급한다”고 했다. 경선을 하면 ‘비명횡사와 친명횡재’라는 자판기 같은 결과가 나오고 반발하면 “당원들의 선택”이라고 하는 지금과 많이 닮은 답변이다. ‘정통들’은 경선 1년 전부터 200여 명이 7회 이상 합숙을 하며 조직을 다졌다. 국회의원 1명이 국민경선단에 200명 정도 동원할 때 정통 회원들은 8000명을 모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노사모가 분기탱천한 농민군이라면, 정통들은 조직화된 기병”이라고 했다.

정동영 대선 패배 이후 모두 캠프를 떠날 때 이 대표는 마지막까지 전국을 돌며 조직을 챙겼다고 한다. 야권 관계자는 “그때 다져 놓은 조직이 경기지사, 대선 후보, 야당 대표로 성장하는 데 큰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순수한 팬클럽이라고 하지만, 2017년 대선 경선 때 손가혁(손가락 혁명군), 2022년 대선 때의 개딸(개혁의 딸) 같은 조직은 조직력과 화력으로 남달랐다. 사람들도 그때 그 사람들이다. 정통들을 이끌었던 정청래는 민주당 지도부가 됐고 또 한 명의 핵심 인사는 이번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여론조사 업체에서 일한다. 또 한 명은 배임수재로 실형을 살다 감옥에서 강제 추행을 했고 최근에는 민주당 경선을 도왔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몇 년 동안 정계를 떠났던 정동영이 전주에서 공천을 받은 건 우연이 아니다.

개딸들의 실체는 민주당 사람들도 제대로 모른다. 누군가는 ‘경기동부’가 침투한 것 같다고도 하고, 누구는 자발적 조직이라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개딸들로 상징되는 민주당 강성 당원들은 현재 민주당의 대주주이고, 이번 경선에서 그 위력이 증명됐다. 그들에게 찍히면 중진도, 스타 의원도 다 나락으로 떨어졌고 막말을 해도 자기 지역구 동네 이름을 몰라도 국회의원 후보가 됐다. 민주당의 양대 축인 호남도, 운동권도 개딸들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선택은 이낙연처럼 “내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떠나거나, 그들에게 잘 보여 한자리 꿰차는 것 중 하나다.

국회 다수당이 개딸에 접수된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이제 국회마저 접수할 순간이 임박했다. 개딸 눈치 보는 의원이 100여 명 이상 나올 상황이다. 게다가 당대표의 명운을 쥔 법원과 판사들까지 개딸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내 경선도, 여론조사도, 심지어 투표도 준비를 많이 한 조직을 이길 순 없다. 2007년 이 대표는 정통들의 조직 동원 의혹이 제기되자 “선거인단을 많이 모아 투표에 참여시킨 것을 조직 동원이라고 비난한다면 그런 조직 동원은 권장하고 싶다”고 했다. 조직화된 기병 같은 개딸들의 영토 확장이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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