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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4%차 박빙 승부... 왜 ‘한미’ 개미들은 모녀 대신 형제를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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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종훈 형제 주총서 승리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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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그룹의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이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임 전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이 추진한 OCI 그룹과의 통합이 2개월여 만에 전면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

28일 열린 한미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주주제안한 이사진 5명의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이로써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롭게 이사회에 들어가게 됐다. 송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추천한 임주현 부회장,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이사 후보 6명은 전부 선임되지 못했다. 이로써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 측 인사 5명과 기존의 송 회장 측 4명으로 구성되면서, 경영권을 임종윤·종훈 형제가 갖게 됐다. 이날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OCI는 성명을 내고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4% 지분율로 갈린 한미 경영권

한미그룹은 2020년 임성기 회장의 별세 후 아내인 송 회장과 장녀, 아들인 임종윤·종훈 형제로 나뉘어 경영권 다툼을 벌여 왔다. 경영권을 쥔 송 회장 측이 상속세 문제 해결과 경영 안정을 이유로 에너지·소재 기업인 OCI와의 통합을 추진했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양측의 표대결은 약 4% 안팎의 지분율로 결정됐다. 당초 국민연금(지분 7.66%)의 지지를 받은 송 회장 모녀 측이 42.99%, 개인 주요 주주인 한양정밀 신동국(12.15%)의 지분을 포함해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40.57%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방은 약 16%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손에 달렸다. 양측이 추천한 이사들의 선임 여부를 묻는 표결이 진행될 때, 형제 측 이사 후보들은 출석 의결권 수 대비 52% 안팎의 찬성을 받아 과반을 넘겼다. 반면 송 회장 측 이사 후보들은 48% 안팎의 찬성으로 결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소액 주주의 표심이 형제 측에 기운 것은 2022년 송 회장의 경영이 시작되며 이어진 한미그룹의 주가 부진, OCI와 결합으로 자신들의 지분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모녀 측은 주총 직전 임주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도 내놨지만 소액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새 경영진 등장, 갈등 봉합은 숙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한미사이언스는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한미그룹의 경영 방식도 바뀔 전망이다. 형제 측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1조원 투자 유치를 통한 바이오 의약품 수탁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5년 이내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불거진 가족 간 갈등을 봉합하는 것은 숙제로 남았다. 이날 주총은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를 확인하는 과정이 지연되며 개회가 3시간 이상 지연되는 등 마지막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형제 측은 주총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 어머니와 여동생은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이 실망할 수도 있는데, 저는 같이 가기를 원한다”며 “여러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예전에 회사를 나가신 분들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OCI와의 통합이 전면 무산되면서 당장 오너 일가의 상속세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창업주인 임 회장 별세 후 일가는 세 차례 상속세를 냈으나, 약 2000억원 규모의 미납금이 남아있다. 송 회장 모녀 측이 추진한 OCI와의 통합도 상속세가 큰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형제 측은 아직 상속세 문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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