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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韓이 한기 뭐꼬" "우짜것노 그래도 2번" 요동치는 부산 민심 [총선 D-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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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0 총선을 앞두고 부산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1990년 3당(민주정의당ㆍ통일민주당ㆍ신민주공화당) 합당 이후 보수 텃밭으로 인식돼왔지만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이 과거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참패했던 지난 총선 때도 부산 전체 18석 중 15석을 얻으며 선방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 선대위에서조차 “자칫 부산의 절반을 야권에 내줄 수 있다”(국민의힘 부산 후보)는 말이 흘러나온다. 동시에 이런 보수층의 위기감이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져 “결국엔 개표함을 열어 봐야 한다”는 관측도 여야 모두에서 나온다.

중앙일보

27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홍보실에서 직원들이 각 후보들이 제출한 제 22대 국회의원 후보 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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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취재진이 27~28일 이틀간 부산 바닥을 훑었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경기 불황과 고물가 흐름은 서민의 가슴을 쳤다. 삶에 대한 불안이 정권 심판 심리로 이어진 듯했다. “범죄자인 이재명과 조국이 싫다”면서도 “윤석열과 한동훈은 한 게 뭐냐”고 따져 묻는 시민이 많았다.

연제구 연산로터리를 향하는 택시 안에서 기사 윤우철(52)씨는 “종북 타령 좀 고만 하입시다. 당장 묵고 살기가 어렵십니더”라고 말했다. 여당 지지자라고 밝힌 그는 “하루 수십명의 손님과 부대끼는데, 정부ㆍ여당에 좋은 소리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더”라고 말했다.

사하구 괴정역 인근에서 떡볶이를 파는 오시목(56)씨는 “코로나 끝나고 경기가 더 안 좋아졌다”며 “서민은 배곯는데 정부가 뭘 하겠다는 건지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그는 “이번 총선은 기권하겠다”고 했다. 남구 대연동 못골시장에서 54년 장사했다는 80대 전파상은 “내는 이재맹이가 100만원(4인가구 기준 민생지원금) 준다는 것만 귀에 들어오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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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부산 사하구 신평역 앞을 찾아 이성권 사하갑 후보를 비롯해 국민의힘 부산 지역 총선 후보들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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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여당을 향한 불만은 인상 비평이 아니었다. 여권의 실점 포인트를 조목조목 짚었다.

사상구 학장동에 사는 김모(70)씨는 “의대 증원 문제가 처음엔 맹분(명분)이 있었다”면서도 “정원을 조금씩 늘려가면 안 됐나. 왜 꼭 힘으로 밀어붙여 이 사달을 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북구 수정역 인근 떡집에서 일하는 채영호(36)씨는 “의사는 검사만큼 안 똑똑하나. 대통령이 아마 처음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구 화명동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이국형(54)씨는 “수사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보내면서 국민의힘 기세가 꺾였다”며 “한동훈이 오면서 그나마 좀 살아났는데, 대통령이 한동훈이 크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연지동의 문채원(64)씨는 “이종섭씨는 한국에 들어와서 집에서 쉬는기가, 휴가를 낸기가”라고 비꼬았다.

여권을 비판하면서도 “우짜것노, 그래도 2번 찍어야지”라고 말한 사람도 적잖았다. 사상구에서 만난 전순득(52)씨는 “이재맹이나 조국 같이 감옥에 있을 사람들은 당선돼도 잡히갈거 아이가”라며 “분위기 안 좋을 때 보수 지지자들이 더 뭉쳐야 한다”고 했다. 부산진구 초읍동에서 만난 김재경(63)씨는 “아무리 그래도 민주당엔 손이 안 간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부산의 지배정당이다 보니 유권자의 판단 기준도 '여권이 잘하냐 못 하냐'인 분위기가 강했다. 스스로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김종환(62)씨는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받은 걸 두고 대통령이 ‘매정하지 못해 받았다’는 취지로 말한 걸 보고 등을 돌릿다. 뇌물 안 받는 공무원 아내들은 다 승질이 더러버서 안받는기가”라며 “이번엔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 비례정당 투표는 조국혁신당을 찍겠다”고 했다.

민주당 개별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사람도 있었다. 북구 덕천동에 사는 박미정(68)씨는 “민주당이 싫지만, 지역에서 일을 많이 한 전재수(북갑)는 뽑겠다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정성윤(51)씨는 “민주당 현역인 전재수나 박재호, 최인호 의원은 몇번을 떨어지면서도 부산에서 버텨서 당선된 사람들”이라며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고 했다.

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당감새시장에서 부산지역 총선 후보들과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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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는 최근 부산 각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민주당 현역 의원이 후보로 나선 북갑·사하갑·남 등 세 개 지역구 외에도 낙동강 벨트인 북을·강서·사상에서 민주당이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하거나 접전 양상이다. 부산에서도 보수세가 강했던 해운대갑·부산진갑·기장 등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역시 보수세가 강한 연제에선 야권 단일 후보가 된 진보당(통합진보당 후신)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수영에선 장예찬 후보가 국민의힘 공천 취소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게 변수다.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와 보수표를 나눠 가져 유동철 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일보

김영희 디자이너


지키려는 여당과 빼앗으려는 야권 후보들은 이미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펴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는 정권 심판 구도를 깨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번 총선에서 북갑으로 지역구를 옮긴 5선 서병수 의원은 26일 자신의 SNS에 “국민의 꾸지람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윤석열 정부가 민심과 엇나갈 때는 단호하게 바로잡겠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낙관론 경계가 최우선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7일 “지난 총선 때 막판 역결집이 일어나며 부산 전체 선거가 일주일 새 급변했다”며 “우리가 조금이라도 삐끗하거나 교만해지면 아주 최악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총선 지역 여론조사는 표본이 적어 부정확할 때가 많다”며 “지난 총선 때도 막판 보수 지지층 결집으로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와 달리 국민의힘의 압승이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22대 총선 출정식에서 파이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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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부산 출마 후보들은 28일 남구 유엔기념공원 출정식에서 “물가 폭등과 민심 외면,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국민 무시가 도를 넘었다”며 “부산이 이제 특정 정당의 텃밭이 아님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중구 중앙공원 충혼탑과 민주공원을 참배한 국민의힘 부산 후보들은 “일하고 싶다. 당당한 집권당이 되고 싶다”며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 권력을 교체해야만 온전한 정권 교체가 된다.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지지를 호소드린다”고 했다.

■ "부산 요동치면 경남도 흔들"…PK서 6석 얻었던 野 "부산만 8석 목표"

4·10 총선을 앞두고 요동치는 부산 민심에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는 “텃밭이라는 인식을 버리자”며 위기론이 퍼져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부산을 시작으로 서부 경남 지역까지 판세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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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홍보실에서 직원들이 각 후보들이 제출한 제 22대 국회의원 후보 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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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4년 전 총선에서 부산·경남(PK) 34곳 중 28곳에서 이겼다. 그러나 이번엔 박빙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른다. 부산뿐 아니라 경남도 닮은꼴이다. 경남 MBC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3~24일 각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 이상을 상대로 무선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경남의 ▶양산을 ▶창원성산 ▶창원진해 ▶거제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민주당 후보에 오차범위 안팎에서 열세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與 “부산부터 최소 15석 사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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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출근길 인사하는 조경태 국민의힘 후보.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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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부산 총괄선대위원장인 조경태(사하을) 후보는 28일 중앙일보에 “이젠 부산도 텃밭이란 인식을 버리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부산에서 지난 총선만큼의 의석을 무조건 사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나 입법부 장악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석 확보가 목표”라며 “부산만 최소 15석을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부산의 현장 분위기에 대해 “의료대란 갈등을 두고도 우려를 표하시는 분들이 많고, 이종섭 주호주대사나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관련 대처 방식에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무조건 겸손하게 최선을 다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 막판 반전을 노리기 위한 전략으로 “이재명 대표가 피습 후 헬기를 타고 서울로 가 부산의 의료를 무시했던 점과 산업은행 이전을 발목 잡았던 것을 짚어야 한다”며 “진보당이 내란선동 등으로 반국가단체로 판명돼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라는 점도 알려 국민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野 “처음 목표처럼 부산 8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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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만난 부산 남구 박재호 후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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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공동 선대위원장인 박재호(남) 후보는 “여론지형이 유리하긴 하지만 목표는 처음처럼 8석”이라며 “보수는 막판에 결집하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무조건 겸손하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선전 이유에 대해 박 후보는 “초반엔 국민의힘에서 중진의원이 옮겨 오고, 대통령실에서 낙하산이 내려오며 위기의식이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며 “경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젊은 사람도 빠져나가 정권 심판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유일한 진보당 후보인 노정현 후보도 지난번 열세였던 부산 연제에서 소구력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 막바지 전략으로 “이제는 정권 심판보다 실력 있는 민주당 후보 개개인의 면모를 어필해야 한다”며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된 성과를 앞세우고 산업은행 이전까지 주도하겠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기정ㆍ김정재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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