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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뒤집혀 착륙해도 괜찮아…길고 추운 ‘달의 밤’ 두 번 버텼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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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본의 무인 달 착륙선 슬림이 춥고 긴 두 번째 밤을 견뎌내고 27일 보내온 사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춥고 긴 밤이 지나고 달 표면에 다시 해가 떠올랐지만 미국의 착륙선은 눈을 뜨지 못했고, 일본의 착륙선은 잠에서 깨어났다.



지난 24일 미국의 민간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가 공식 임무 종료 판정을 받은 지 사흘 뒤 일본의 무인 달 착륙선 슬림은 두 번째 밤을 이겨내고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작사)는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지난밤(27일) 슬림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며 슬림이 보내온 달 표면 사진을 공개했다.



작사는 “지난밤은 아직 햇빛이 강해 기기의 온도가 높은 상태여서 서둘러 풍경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작사는 27일 저녁부터 태양전지가 우주선을 작동시키기에 충분한 햇빛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날부터 우주선 재가동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자전과 공전 주기가 같은 달에서는 낮과 밤이 약 보름 간격으로 바뀐다.



작사는 “슬림이 보내온 데이터에 따르면 일부 온도 센서와 배터리 셀이 오작동하기 시작했지만 첫 번째 밤을 버텨냈던 대부분의 기능이 두 번째 밤 이후에도 계속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태양전지로만 작동하는 슬림은 기온이 영하 130도 이하로 떨어지는 달 밤에 대비해 설계되지 않았으나 지난 2월 말 첫 번째 밤을 잘 견뎌내고 며칠간 탐사 활동을 이어간 바 있다.



한겨레

일본의 무인 달 탐사선이 착륙하기 직전 방출된 소라큐 이동탐사기의 카메라로 촬영한 슬림. 코를 박듯 뒤집어진 모습이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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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미국 착륙선과 대비





예상을 뛰어넘는 슬림의 강한 회복력은 지난달 22일 착륙한 미국의 세계 첫 민간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가 첫 번째 맞은 밤과 함께 영원히 잠든 것과 대비된다.



오디세우스 개발업체인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최근 해가 다시 떠오르자 햇빛이 착륙선의 전력 시스템을 재가동해 교신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신호를 보냈으나 끝내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앞서 슬림은 지난 1월20일 달 앞면 적도 인근의 작은 충돌분지 ‘시오리’(남위 13도)의 15도 경사지에 착륙햇다.



당시 슬림은 예정 지점에서 불과 55m 떨어진 곳에 착륙함으로써 가장 큰 목표였던 정밀착륙 기술을 실증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몸체가 뒤집어져 착륙하는 바람에 태양전지의 각도가 틀어져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일본은 슬림의 달 착륙 성공으로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번째 달 착륙국이 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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