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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상장폐지 직전 코인 ‘300% 상승’…외국 시세보다 100% 비싸게 팔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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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새 60% 급등락…‘경주마 코인’의 유혹 [스페셜리포트]


매경이코노미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지난 3월 13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의 가상화폐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원화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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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직전 코인 300% 상승

외국 시세보다 100% 비싸게 팔리기도

현재 가상자산 시장 곳곳에서 투기 과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현물 시장에서는 단기 급등 자산에 투자자들이 몰려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선물 시장에서는 최대 20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 상품까지 등장했다.

현물 시장의 지나친 과열 사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썸씽’ 코인과 ‘하이파이’ 코인이다.

‘노래방 코인’으로 유명했던 국내 코인 ‘썸씽’은 지난 2월 말 거래량이 갑자기 폭등했다. 상장폐지를 앞둔 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 이른바 ‘상폐빔’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투기 세력부터 기존에 상장폐지 직전 코인이 가격 급등락이 심하다는 점을 안 개인 투자자까지 몰리면서, 썸씽 가격이 급등했다. 2월 29일 썸씽은 업비트에서 가격이 30원까지 치솟았다. 이틀 전인 2월 27일 가격이 7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300%가 넘는 상승폭이다. 당시 코인 대장주 비트코인에 이어 업비트 거래량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활발히 거래됐다.

썸씽은 30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기록한 뒤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차익을 본 투기 세력이 물량을 정리하면서 상승분을 몇 시간 안에 다 반납했다. 3월 12일 상장폐지 직전까지도 하루에 30~-30%를 오가는 등락폭을 보였다. 마지막 가격은 7원대였다. 이날 각종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는 ‘썸씽에 물렸다’ ‘마지막에 매도를 못해 손해를 봤다’는 인증 글이 쏟아졌다. 한 방을 노린 투자자들이 무리하게 사들였다 막판에 처분하지 못해 막대한 손해를 본 것이다.

‘하이파이’ 코인은 3월 13일의 ‘경주마 코인’이었다. 하루 만에 120% 가격이 급등하며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쓰는 은어 ‘경주마’는 투기 세력과 개인 투자자가 한 번에 몰려 1시간 만에 가격이 40% 이상 폭등하는 코인을 말한다. 경마 경기장에서 빠르게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코인 가격 상승이 단기간에 급등한다는 뜻이다. 경주마 코인의 가격 상승에는 아무 이유가 없다. 오직 수요 폭등으로만 가격이 오른다. 당연히 가격이 다 오르고,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가격이 급락한다.

3월 13일 저녁 9시경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하이파이 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3월 12일 1600원대였던 코인은 9시에 2400원으로, 그리고 10시에는 3700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간 바이낸스, 게이트아이오와 같은 글로벌 거래소에선 가격 변동이 없었다. 여전히 1600원대를 기록했다. 한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과의 가격 차이가 125%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국내 거래소와 글로벌 거래소 차이가 5~7% 정도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순수하게 국내 투자자들의 과열된 투자 열기가 코인 가격을 급등시킨 셈이다. 이유 없는 가격 상승은 곧 급락으로 이어졌다. 10시 30분경 3700원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10초 만에 가격이 40% 하락하면서 22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불나방처럼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물량을 매도할 틈도 없이 막대한 손해를 봐야만 했다.

현재 국내 거래소에서는 선물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다. 현물 거래 시장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바이낸스, MEXC 등 선물 거래를 지원하는 해외 거래소까지 진출하는 양상이다. 이들 거래소는 레버리지를 최대 200배까지 지원하는 선물 상품을 판매한다.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선물 상품은 도박에 가깝다. 125배 레버리지 선물 상품을 예로 들어보자. 가격이 0.8% 상승하면 바로 100%에 달하는 수익을 얻는다. 반대로 가격이 0.8% 하락하면 바로 투자한 자산을 잃게 된다. 몇 분 안에 자산이 모두 청산될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돈을 잃을 위험이 크지만, 반대로 투자에 성공하면 현물 거래와 비교가 되지 않는 막대한 수익을 벌 수 있다.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는 현물 트레이딩보다는 선물 거래에 뛰어들어야 적은 자본으로 큰돈을 번다는 광고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실제로 선물 거래 규모는 점차 커지는 중이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코인을 살 때 현금처럼 사용하는 ‘테더’의 시가총액이 최근 1000억달러에 근접했다. 올해 초 시가총액 916억달러 규모에서 급증했다. 선물 거래를 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테더를 대량 구매하면서 테더 인기가 올랐다는 분석이다.

투기 광풍에 힘입어 국내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국내 주식 시장을 넘어섰다. 시장분석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월 13일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액은 12조776억원에 달했다. 같은 날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은 10조763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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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1호 (2024.03.20~2024.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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