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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 허가해달라" 1993년 외교문서 37만쪽 비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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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볼 같이 돌아온" 북한의 경수로 제안

1993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미 협상

"마이클 잭슨 내한 허용" 미 정부 요청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1993년도 북한을 NPT 체제에 묶어 두기 위한 한국과 미국 정부의 노력이 담긴 외교 문서가 30년 만에 공개됐습니다.

외교부는 오늘(29일) '30년 경과 비밀 해제 외교문서'에 해당하는 2306권, 37만 여쪽의 문서를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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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2306권, 37만여 쪽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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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문서에는 1993년 3월 북한의 NPT 탈퇴 선언으로 시작된 위기를 봉합하기 위해 로버트 갈루치 당시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강석주 북한 외교부 제1부부장이 뉴욕과 제네바에서 가진 고위급 회담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북한의 NPT 탈퇴 선언 후 90일 간의 유예 기간이 임박하자 미국은 6월 2~11일 뉴욕에서 1차 북미 고위급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회담을 통해 북한은 미국 측에 ▲한반도 통일을 위한 미국의 지원 ▲내정 불간섭 ▲자위 경우를 제외한 무력불행사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 지지 등 4개 항목이 포함된 '북미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조건으로 NPT 탈퇴를 보류하겠다고 통보했고, 나흘 뒤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이 발표됐습니다.

한 달여 뒤인 7월 14~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차 북미 고위급 회담에선 북한이 "가동 중인 흑연 방식 원자로를 경수로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미국이 협조한다면 모든 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의를 내놓았습니다.

당시 이 제안을 두고 미국 측은 당시 주제네바 한국 대사를 만나 "경수로 제안이 커브볼처럼 들어왔다"며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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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NPT 탈퇴 후 북미 협상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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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국 외교부가 작성한 보고 문건에는 미국 측이 "경수로 문제가 야구 시합으로 비유한다면 초구로 들어온 커브볼처럼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으나, 북측의 제안은 핵 비확산을 향한 진척(Development)으로 볼 수 있으므로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평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갈루치 차관보는 이후 한승주 당시 외무장관과 통화하면서 "경수로 문제는 미국이나 한국 정부에 하나의 중요한 돌파구로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외교문서에는 한국 측이 북한의 이런 제안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회담 기간 동안 제네바에 체류하던 주미 한국 대사관 참사관이 작성한 문건에는 북한 측이 경수로 방식 전환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 "지연전술 책동이 아닌지" 우려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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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엑스포 북한 초청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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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늘 공개된 문건 가운데는 1993년 열린 '대전 세계 박람회(엑스포)' 조직위원회가 북한의 참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단계별 대북 접근법'을 세운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같은 해 북한의 NPT 탈퇴 선언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또 대전 엑스포에 참가한 미국 대표가 주미 한국 대사관 통해 마이클 잭슨의 한국 공연 허가 취소를 재고해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는 내용도 이번 외교 문서 공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2년 전인 1991년 미국 팝 그룹 '뉴키즈 온 더 블럭'의 내한 공연 당시 발생한 압사 사고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마이클 잭슨의 내한 공연을 불허했는데 미국 정부 차원의 공연 허가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겁니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 공개돼 있으며 외교사료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샘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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