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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간판 떨어지는 소린 줄”…레미콘차, 신호대기 차들 덮쳐 아수라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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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9시 21분께 서울 성북구 석계역 인근 13중 추돌 사고

17명 부상…1명 사망·1명 중상·2명 경상 등 총 5명 병원 이송

목격자들 “승용차 종잇조각처럼 흩어져·덤프트럭 두동강 나”

헤럴드경제

2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석계역 인근도로에 13중 추돌사고가 일어나 차량들이 파손돼 있다. 이날 오전 9시 21분께 이 도로에서 레미콘이 앞차를 들이받으며 13중 추돌사고가 일어나 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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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처음에 아주 크게 ‘쾅’ 하는 소리가 나길래 우리 가게 LED 간판이 떨어졌나 했어요. 깜짝 놀라서 (가게 밖을) 나가보니 도로에 차들이 말도 안 되게 뒤엉켜 있더라고요.”

29일 오후 3시께 서울 성북구 석계역 인근 도로에서 오락실을 운영하는 이상우(55) 씨가 이날 오전 발생한 사고를 떠올리면서 말했다. 이씨는 오전 9시 20분께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게 운영 준비를 하다가 창밖에서 물체가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처음 들어보는 굉음에 가게를 뛰어나온 이씨가 목격한 것은 도로 한복판에서 일어난 13중 차량 추돌 사고였다.

이씨는 “여러 대의 승용차가 종이조각처럼 흩어져 있었고 두동강이 난 덤프트럭에서 경적 소리가 뱃고동 소리처럼 크게 울렸다”며 “4년 동안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처음 보는 충격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1분께 서울 성북구 석관동 석계역 인근 도로에서 13중 차량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고가도로에서 내려오던 레미콘 차량이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1톤 탑차를 들이받았고 뒤이어 다른 차들과의 연쇄 추돌이 일어나면서 오토바이 1대를 포함해 모두 13대가 뒤엉켰다.

이 사고로 17명이 부상했고 이 중 5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탑차 운전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사망 판정을 받았으며, 또 다른 운전자 1명은 중상, 3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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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13중 추돌사고가 일어난 서울 성북구 석계역 인근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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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목격한 성북구 주민 A(83) 씨는 “원래 이쪽(석계역) 주변은 고가도로에서 내려오는 차량이랑 그 밑 도로에서 달리는 차량이랑 만나는 지점이라 교통이 혼잡하고 접촉 사고도 종종 발생했다”면서도 “10년 넘게 이 동네 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사고는 많이 봤어도 이렇게 큰 사고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 전기자재 업체에서 근무 중이던 박주원(39) 씨도 “5~6년 동안 이곳에서 일하면서 본 사고 중 제일 큰 사고였다”며 목격담을 전했다. 박씨는 “구급대가 와서 부상자들을 옮기고 탑차에서 운전자를 꺼내는 상황까지 다 봤다”면서 “오후가 돼도 아직 사고의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사고를 목격한 뒤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도 있었다. 사고 지점 앞에서 피아노조율 가게를 운영하는 양상모(70) 씨는 “지인이랑 통화하면서 창 밖을 바라보다 레미콘 차량이 브레이크 없이 내려와 승용차들과 트럭을 박는 것을 보게 됐다”며 “벌써 트라우마가 생겼다. 사고난 곳 쪽으로 나가기 무섭다”라고 말했다.

아직 견인되지 못한 탑차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시민 B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B씨는 “신호를 기다리다가 꼼짝 없이 다들 당하게 된 것 아닌가. 사상자들이 너무 안타깝다”며 돌아섰다.

경찰은 레미콘 차량 운전자가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 것으로 보고 차량의 사고 기록장치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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