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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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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대이동]①'전속→GA'…GA설계사 20만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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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손해보험 전속설계사는 10% 감소

고액 연봉·인센티브에 GA로 대거 이탈

실적채우기 과당경쟁 등 부작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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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들이 지난해 13조3000억원의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냈다. 보험사들은 호실적의 주요 배경에 대해 지난해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수년 전부터 조직을 정비하고 영업전략을 새롭게 짰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험영업의 최전선엔 설계사들이 있다. 보험은 타 업권과 다르게 아직 설계사를 통한 대면가입률이 절대적이라 이들의 맨파워가 보험사 실적을 가르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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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전속'→'GA' 대이동
보험설계사는 크게 삼성생명과 같은 보험사 소속 설계사와 보험사의 자회사나 독립법인으로 운영되는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로 나뉜다. 업계에선 이를 '전속'과 '비전속(GA설계사)'으로 구분한다. 명함에 '한화생명' '메리츠화재' 등 1개 보험사가 적혀있으면 전속설계사, '프라임에셋' '인카금융' 등 생소한 회사명이면 GA설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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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업계에서는 전속설계사가 GA로 이동하는 경우가 잦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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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업계에서는 전속설계사가 GA로 이동하는 경우가 잦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설계사 500인 이상 대형 GA법인은 70곳, GA설계사 수는 19만8517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9년 GA법인 60곳, GA설계사 15만9289명에서 각각 16.6%, 24.6% 증가했다. 반면 생명·손해보험사 전속설계사는 2019년 17만7322명에서 지난해 9월 기준 15만9713명으로 9.9% 줄었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생보사의 경우 전속설계사만 32.5% 급감했다.

전속설계사는 소속 보험사 상품만 취급하지만 GA설계사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판다. 전속설계사가 상품에 대한 전문성은 높지만 여러 상품을 비교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보험을 사길 원하는 고객은 GA설계사를 선호한다. 전속설계사도 교차모집제도를 활용해 다른 1개 보험사의 상품을 팔 수 있지만 보험상품의 다양성 측면에서 GA설계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이 영업력에서 GA에 밀리자 최근엔 아예 자회사로 GA를 설립해 운영하는 게 대세가 됐다. 2021년 한화생명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라는 GA를 설립해 대형사 중 최초로 제판분리(상품 제조·판매 분리)를 시도했다. 이후 다른 금융지주계열 보험사와 중형사, 외국계까지 가세했다. 현재 자회사형 GA를 운영하는 보험사는 생보사 12곳과 손보사 5곳 등 총 17곳이다. 제판분리를 하면 보험사는 상품개발에 집중할 수 있고 GA는 고객 맞춤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 영업 효율화 측면에서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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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쟁탈전 치열…연봉·인센티브 억소리
보유 설계사 수가 곧 영업성과로 이어지자 보험사의 자회사형 GA와 독립형 GA 모두 치열한 인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직전 회사 연봉이나 월급의 일정 수준을 정착지원금으로 주거나 모집수당·유지수당 등 각종 명목의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AIA생명의 자회사형 GA는 기존 연봉의 2배를 정착지원금으로 지급해 업계가 술렁였다. GA 업계 관계자는 "정착지원금은 정해진 기준이 없지만 통상 직전 연봉의 50%까지는 맞춰준다"면서 "200%까지 받는 경우는 극소수일 것"이라고 전했다.

설계사 모시기 경쟁에 몸값도 억원대로 치솟고 있다. 생명보험협회가 생보사와 자회사형 GA에 근무하는 설계사 140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직업인식 및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봉 1억원 이상인 고소득자는 15.7%에 달했다. 2022년 기준 국내에서 1억원 이상 급여를 받은 사람이 6.4%였던 것과 비교해 2배 넘는 수치다.

설계사 몸값이 치솟는 이면엔 그들이 그만큼 많은 고객을 확보해줄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있다. 보험영업에선 설계사들이 수년간 대면영업과 잔심부름까지 해가며 확보한 고객이 핵심자산이다. 약관이나 특약 구성이 복잡한 보험 특성상 보험가입이나 유지 여부를 설계사에 전적으로 일임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여행자보험을 제외하고 인터넷 등으로 자신이 직접 알아보고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험연구원이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보험산업 과제' 보고서를 보면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보험상품 가입 비중은 2021년 기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각각 0.6%, 6.2%에 불과했다. 은행업(74.7%)이나 금융투자업(83.6%)과 큰 차이를 보인다.

마케팅 과당경쟁 등 부작용도
물론 설계사가 이동한다고 해서 해당 설계사가 확보한 고객이 함께 이동하는 건 아니다. 이미 체결한 보험계약에 대해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수료는 설계사가 아닌 계약 체결 당시 소속된 GA에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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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인센티브를 받고 이직한 설계사들은 본인의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기존에 확보한 고객 대상으로 승환계약(보험 갈아태우기)을 시도한다. 보장이 더 좋은 상품이 나왔다며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보험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식이다. 그래야 새롭게 옮긴 GA에 돈을 벌어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GA가 고액 연봉을 주고 업계 에이스 설계사를 영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통상 기존 계약이 고객에게 더 유리한 경우가 많아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커진다. 한 독립GA 소속 설계사는 "인센티브를 많이 준다는 건 그만큼 돈을 많이 벌어오라는 얘기이고 실제로 고액연봉자들은 대부분 주말도 없이 일한다"면서 "일정 기간 성과를 못 내면 인센티브를 반납해야 한다는 규정을 계약서에 쓰는 GA도 있다"고 귀띔했다.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보험보다는 설계사에게 많은 수당을 가져다주는 상품 중심으로 추천되는 경우도 잦다. IFRS17 도입으로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이 중요해졌는데 여기엔 저축성보다는 보장성, 단기보다는 장기보험이 유리하다. 연초 단기납 종신보험 과열경쟁이 발생한 배경엔 이런 맥락이 자리한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가 절판마케팅까지 벌이며 가입을 유도하는 건 보험사가 많은 시책(인센티브)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라며 "시책이 많은 상품군 위주로 보험상품이 추천되고 그렇지 않은 건 배제된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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