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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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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바위가 버스 지붕 뚫고 들어와”…헬기-드론 띄워 구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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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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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터널 속에서 밤새 돌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모두 이대로 죽는다고 생각했어요.”

대만 화롄현 타이루거(太魯閣) 국립공원 인근 징잉(晶英)호텔 직원인 차오(曹) 씨는 3일 오전 동료 40여 명과 버스를 나눠타고 출근하는 길이었다. 터널을 지날 때쯤 땅이 크게 흔들리더니 커다란 바위가 차 지붕 위로 떨어졌다. 잠시 뒤 산사태가 멈췄지만 17세 동료 직원은 버스 지붕을 뚫고 들어온 돌에 깔려 양쪽 다리가 부러졌다. 터널 안은 흙먼지로 온통 회색빛이었다. 7명은 그 자리에서 꼬박 밤을 지샜고 고립 30시간 만인 4일 오후 구조됐다. 함께 구조된 추(邱) 씨는 구조대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감히 다시는 산에 오르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3일 북동부 화롄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대만은 하루가 지난 지금도 인명 구조에 전력을 쏟고 있다. 4일 오후 8시 기준 사망자는 10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고립되거나 실종된 사람이 약 700명으로 크게 늘면서 새벽부터 군과 소방 인력 등을 총동원해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다.

고립된 사람 가운데 600여 명은 협곡으로 유명한 타이거루 국립공원 내 호텔이나 정상 사무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차오 씨와 추 씨가 갇혀 있던 장소 역시 국립공원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헝(中橫) 고속도로였다. 도로 중간에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개방형 터널이나 산책로가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구조대원들은 4일 날이 밝자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막힌 도로를 헤쳐나갔고, 오후 직원 7명을 먼저 구조했다. 이들이 발견된 곳에서 약 3km 떨어진 주추둥(九曲洞) 인근에 있던 직원 20여 명도 수색을 위한 무인기(드론) 카메라에 양호한 상태로 포착됐다.

하지만 진앙지와 가까운 화롄으로 가는 도로가 상당 부분 끊어지고, 해안과 협곡을 끼고 있는 지형은 진입이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게다가 지진 발생 하루 뒤인 4일에도 350회가 넘는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구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다행히 구조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협곡 산책로를 트래킹하다 소식이 끊겼던 영국·스위스 관광객 8명이 이날 오전 극적으로 구출됐다. 이들은 지진 직후 휴대전화가 끊기고 식수도 떨어져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싸왔던 간식을 먹으며 버텼다고 한다. 밤새 차도를 향해 걸었던 덕에 아침에 수송트럭을 만나 구조됐다.

대만 최대 시멘트회사인 TCC의 허핑(和平)공장에서 고립됐던 직원 59명도 무사히 탈출했다. 소방당국은 4일 오전 일찍 헬리콥터로 이들에게 구호물품을 전달했으며, 동료들을 찾아 나선 ‘TCC 채굴팀’이 직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대만매체 쯔유(自由)시보는 “채굴팀은 허핑 아오화 부족 출신이라 현지 지형에 밝았다”며 “오래 전에 사용하던 숲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을 안내했다”고 했다.

지진으로 일부 가동이 중단됐던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는 3일 밤 성명을 통해 “일부 장비가 손상돼 생산 라인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노광장비(EUV)를 포함한 주요 설비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장비 복귀율은 공정에 따라 70~80%여서 생산 일정에 다소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번 강진으로 TSMC를 포함해 대만 7대 팹 회사들은 총 100억 대만 달러 이상(약 4200억 원)의 손실을 입을 전망이라고 대만 매체들은 내다봤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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