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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공매도 전면 금지

공매도 금지 자화자찬한 윤 대통령···‘코리아 디스카운트’ 부추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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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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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최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느는 것을 보니 공매도 폐지 정책이 옳았다”고 말했다. “공매도로 인한 피해를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단계가 될 때까지 공매도 폐지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 투자가 늘었다고 자평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들은 공매도 금지가 적용된 11월부터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지난달까지 순매수 규모는 약 21조원에 달한다. 시기적으로 보면 공매도 금지 이후 외국인 투자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 것은 정말 공매도 금지 때문이었을까?

“공매도 금지보단 반도체 랠리·밸류업 프로그램 영향”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매수해 갚아서 차익을 보는 투자기법이다. 이 때문에 공매도 거래는 주가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6일부터 오는 6월 말까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 근절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명목으로 국내 증시 전체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등 경제 위기시에만 공매도 금지를 단행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총선을 앞두고 개인투자자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윤 대통령이 공매도 금지를 자찬한 것은 외국인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와 달리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유입세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공매도 금지로 인한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한 매수세가 수급 요인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이는 단기적 요인으로 꼽힌다. 오히려 외국인 유입에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랠리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주주환원 확대를 골자로 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외국인 순매수액은 3조원 선이었다가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이 공개된 지난 2월 약 7조8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반도체에서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경우 그간 공매도가 크게 문제되진 않았던 만큼 인과관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6월 말까지 불법 공매도 예방 시스템 구축 가능할지도 의문


당초 정부가 예고한 공매도 금지 시한(6월 말)까지 불과 석 달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부 공언대로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막는 전산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외국인들은 주로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하는데 전산을 포함해 전화·문자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또 대부분 국가는 결제일(T+2)에 빌린 주식을 갚으면 무차입공매도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주문(T) 전에 대차가 이뤄져야 한다. 주문이 이뤄지는 시점에 다양한 대차거래의 목적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도 어렵고, 대대적인 제도 수술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가 불법 공매도로 인한 피해를 막을 때까지 공매도 금지 의사를 밝혀왔던 터라 제도상 허점이 생길 경우 금지 조치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기업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역행할 수 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공매도는 해외 주요 증시 대부분에서 통용되는 게임의 룰인데, 우리만 허용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의 신뢰성과 국제화 부분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2008년부터 추진해온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지됐던 공매도가 재개되면 당장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외국 헤지펀드는 주식을 살 때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롱)하면서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은 공매도(숏)하는 롱숏전략을 구사하는데, 공매도 금지로 매도가 막히면서 반도체주 등 증시에 상방 압력만 쌓인 상태다. 공매도 재개시 대거 차익 실현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단기 차익을 주 목적으로 하는 외인들은 공매도 금지로 하방이 막혔으니 당연히 올라갈 것이라 보고 치고 빠진다. 시장은 더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현 정부에서 공매도를 재개하지 못하고 다음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시스템을 갖춘 뒤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무리한 공약을 냈기 때문에 공매도는 앞으로 장기간 금지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검찰, ‘158억 무차입 공매도’ HSBC 홍콩 법인과 소속 트레이더 기소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403281642001?www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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