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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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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나토 새 사무총장으로 루마니아 대통령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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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등에 업은 네덜란드 총리에 직격탄

"나토, 러시아 인접한 동유럽 입장 고려해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헝가리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번만큼은 중유럽이나 동유럽의 나토 회원국에서 사무총장이 배출돼야 한다는 논리를 들었다. 미국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큰 도널드 트럼프가 개입하기 전에 서둘러 후임 사무총장 인선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여기는 나토 관계자들은 당록스러운 표정이다.

세계일보

페테르 씨야르토 헝가리 외교부 장관(왼쪽)이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임기가 오는 10월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선 차기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싼 물밑 대화가 활발하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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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헝가리의 영어 매체 ‘헝가리 투데이’에 따르면 페테르 씨야르토 헝가리 외교부 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창설 75주년 기념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1949년 나토 창설 이래 75년이 지났음에도 중유럽과 동유럽 회원국 출신 사무총장은 한 명도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어 “나토의 안보를 위협하는 주요 문제가 이 방향(동쪽)으로부터 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이 점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헝가리는 나토의 동쪽 날개(eastern wing)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적극 지지한다”고도 했다.

씨야르토 장관의 말은 중유럽 및 동유럽 국가들과 러시아가 지리적으로 인접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나토 간에 전면전이 발발하는 경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국가들이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고, 동유럽과 연결된 중유럽 국가들 역시 극심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나토를 운영해 나가는 데 있어 동유럽·중유럽 국가들의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하며, 그를 위해선 이들 국가 출신의 사무총장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다.

나토는 그동안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 위주로 운영돼왔다. 미국은 서유럽 국가 출신 인사에게 나토 사무총장을 양보하는 대신 막후에서 나토를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번에도 네덜란드 출신 뤼터 총리가 나토 새 사무총장 후보로 부상하자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가 일제히 지지 선언을 했다. 현재 나토 32개 회원국 중 20개국 이상이 뤼터 총리 편에 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헝가리는 뤼터 총리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강경한 태도다. 그가 과거 헝가리 정부를 “권위주의적”이라고 비판하고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서 헝가리를 모독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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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짓는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그는 최근 나토의 중유럽·동유럽 회원국들을 대표해 차기 나토 사무총장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밝혔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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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뤼터 총리에 맞서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이 나토 차기 사무총장 자리에 ‘출사표’를 던졌다. 요하니스 대통령 또한 “나토가 중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더 많이 대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날 씨야르토 장관은 “루마니아 대통령의 출마가 나토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논의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해 헝가리 정부는 뤼터 총리 말고 요하니스 대통령을 지지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나토 내부에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의 나토 탈퇴를 운운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 나토의 입지는 상당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일각에선 당장 트럼프가 나토 새 사무총장 인선에 개입하며 나토 회원국 전체를 뒤흔들 가능성도 우려한다. 트럼프의 간섭을 막으려면 나토 회원국들이 일치단결해 신속히 사무총장을 확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된 이유다.

하지만 나토 회원국이 둘로 갈라져 서유럽 주류 국가들은 네덜란드 총리를, 중유럽·동유럽 비주류 국가들은 루마니아 대통령을 각각 응원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이를 두고 나토의 분열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유리할 뿐이란 탄식이 나온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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