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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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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457번 때린 한동훈…이재명은 "권력" 471번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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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간 '유세 키워드' 분석해보니…

韓, 운동권 퇴진 대신 '범죄 프레임' 직격

李, 심판론 부각 주력…한동훈 언급 '0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야권 후보들의 '범죄 프레임'을 직격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권 심판론' 부각에 주력했다.

8일 아시아경제가 최근 2주간 여야 대표들의 발언을 분석했다. 총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21일부터 사전투표 하루 전인 이번달 4일까지 각 정당에서 제공한 공식 발언문을 기준으로 집계했다. 분석 결과 한 위원장은 범죄자(457회)·조국(421회)·이재명(408회) 등을 자주 언급하며 야권을 겨냥한 공세에 집중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이 대표보다 많이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반면 이 대표의 경우 권력(471회)·경제(324회)·주인(272회) 등을 말하면서 심판론 전략을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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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직격한 한동훈, 李보다 강한 '심판론'
한동훈 위원장이 보름 동안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정치(934회)였다. 개혁(256회)·민생(148회)·여의도(68회)라는 키워드도 함께 언급했다. 거대 의석수를 보유한 야권 중심의 정치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 공약을 발표할 당시 "당에 온 직후부터 이런 식의 여의도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정치개혁의 상징적인 완성으로 여의도 국회의 완전 이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투표'는 461회, 특히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4일에만 148회 언급했다. 보수 성향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 속에 진영 결집을 유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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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서 구자룡 양천구갑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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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은 대체로 정책보단 야권을 겨냥한 '네거티브'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대표와 이 대표를 각각 421회·408회 거론했다. 공약은 68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 4회 찾으면서, 자신과 야당의 대결 구도를 부각했다.

특히 '심판'을 145회 말했는데, 이는 심판론을 앞세운 이 대표가 언급한 131회보다 많다. 한 위원장이 내세운 야당 심판론의 근거는 범죄다. '범죄자'라는 단어를 457회 언급하며 투표를 독려하는 등 야당의 범죄 프레임을 강조하는 데 힘썼다. 지난달 19일 서울 지역 유세에서도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이 정의로워지느냐, 범죄자가 지배하는 나라가 되느냐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역설했다. 세부적으로는 김준혁 민주당 경기 수원시정 후보는 106회, 양문석 민주당 경기 안산시갑 후보는 138회, 박은정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는 52회 언급하면서 야권 후보들의 논란이나 범죄 혐의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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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당이 앞세우던 '운동권 퇴진론'은 사라졌다. '운동권'과 '종북'은 2회씩 언급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운동권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 대표와 조 대표를 꼬집는 근거로 쓰였다. 지난달 22일 장동혁 충남 보령시서천군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종북 통합진보당의 후예들만 극단주의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조국혁신당이야말로 마찬가지의 극단주의"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권력' 꼬집은 이재명 "2년 만에 나라 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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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인천 미추홀구 토지금고시장을 찾아 파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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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단어는 권력(471회)이다. 주인(272회)·주권(193회)·심판(131회) 등 키워드가 뒤따랐다. '정권 심판론'을 총선 전략의 전면에 내세운 결과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유세 현장에서 "행정 권력만으로도 나라를 2년도 안 되는 시간에 정말 망치다시피 했다. 혹여라도 국회 입법권까지 그들이 장악해서 법률 개악도 하고, 개혁 입법도 막고, 국정 감시도 못 하게 한다면 정말로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외쳤다.

이런 심판론은 '경제 실정론'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시장을 찾을 때면 경제(324회)·민생(92회)·물가(75회) 등 키워드를 자주 언급했다.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책임론으로 공격했다.

같은 맥락에서 '심판'이란 단어를 그대로 언급하기보다 대파(19회), 회초리(15회), 입틀막(12회) 등 비유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백학시장에선 "물가는 천정부지, 이런 미친 물가는 처음"이라며 "누가 875원짜리 파 한 단이 있다고 하더니, 또 어떤 사람이 그건 한 뿌리 값이라고 한다"고 윤 대통령의 대파 값 논란을 직격했다.

한 위원장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심판론을 부각하려 정권을 221회 언급하고 윤석열·대통령 등을 각각 147회·166회 거론했지만, '한동훈'이란 단어는 아예 입에 올리지 않았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심판 대상은 윤석열 정권이지, 꼭두각시는 우리 상대가 아니다"고 했다.

韓 "독재 막아달라"…李 "잘못하면 회초리"
두 사람은 총선 전 마지막 주말에도 격전지를 돌며 '매운 말'로 지지층 결집을 유도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충청권 유세에서 "민심을 듣지 않고 정치하는 게 독재"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정부·여당을 겨냥해 '검사 독재'라는 공세를 펼치는 데 대해 '범죄 독재'로 맞받아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 같은 야권의 공세에 대해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며 "그런 정치를 하는 사람들로 200명이 채워지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자유가 빠지고 진짜 독재가 시작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험지로 꼽히는 '강남 3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귀하게 키운 자식'에 빗대면서 심판론을 거듭 부각했다. 이 대표는 서울 강남구 수서역 부근 유세에서 "귀한 자식일수록 나쁜 짓을 하면 '얘 그러면 안 된다' 야단치고,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회초리도 때리고, 그래도 안 되면 더 엄하게 징계하고, 책임을 묻고 혼을 내야 한다"며 "귀하다고 이쁘다고 오냐오냐하면서, 나쁜 짓 하고 심지어 다른 사람을 때리고, 훔치고 그런 것을 '아이고 우리 자식이 귀하니까 괜찮아' 하면 살인범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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