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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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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 줄테니 더 청구하지 마” 보험사에 뿔난 소비자들…금감원 화해계약 남발 막는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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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삭감 목적 악용…보험가입자 불만↑
금감원-업계 TF…화해계약 가이드라인 마련
“금감원이 화해계약 인정한 셈”...비판도


매일경제

챗GPT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 보험금 청구 분쟁 명령어를 입력했다.[사진 제공 =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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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000만원 중 000만원을 화해금으로 수령하고 (지연이자 없음) 보험금 청구에 갈음하며, 향후 민·형사상 소송 등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어길 경우 지급받은 화해금을 반환할 것을 확약합니다.”

한 보험사가 작성한 실제 ‘화해계약’ 내용이다. 화해계약은 보험금 분쟁 발생 시 당사자인 보험사와 보험가입자 사이에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한 계약을 말한다.

보험약관에는 화해계약에 대한 명시적 근거가 없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보험금 삭감 목적으로 남발해 왔다.

금융감독원이 화해계약에 대한 이같은 불공정한 운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가인드라인을 마련해 귀추가 주목된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2월부터 보험협회, 보험사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 최근 화해계약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금감원은 “보험가입자에게 불합리한 문구를 명시해 장래 보험금 청구를 제한하는 등 불합리한 업무처리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화해계약 단계별 준수사항을 마련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 대상선정 단계, 계약체결 단계, 사후관리 단계로 화해계약 단계별 설명의무와 준수사항 등 내부통제 요인을 보험사 시스템에 반영하도록 했다.

예컨대 대상선정 단계에서는 보험사고에 대한 보험가입자 입증 부족 등 보험금 지급 요건이 명확하게 확보되지 못해 적정 보험금 관련 분쟁이 지속된 경우로 한정하는 식이다. 가이드라인은 이같이 화해계약 체결이 불가피하다고 결정된 경우에 한해 화해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했다.

이후 계약체결 단계에서는 보험가입자가 화해계약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화해’의 의미가 드러나는 제목을 사용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보험가입자가 화해계약 효력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민법상 화해의 정의, 화해계약 효력, 분쟁 및 화해내용, 화해계약 이행 기한에 대한 설명을 의무화했다.

화해계약 이후 새로운 보험금 청구를 봉쇄하지 않도록 부제소 합의(소송 등 일체의 권리 행사를 제한하는 문구), 약관상 부지급 사유 인정 문구 등 보험가입자 입장에서 법적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문구 사용도 금지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추후 동일 질환에 대한 입원비 청구하지 않음. 향후 여타 질환에 대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급적 입원 자제하겠음”, ”보험기간 동안 유사 지급사유 발생 시 면책사유에 해당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자필 서명” 등 장래 보험금 청구를 금지시키는 문구를 화해계약 내용에 기재해 왔다.

더불어 화해계약 체결 이후 보험사가 보험금을 늑장 지급하지 않도록 화해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금을 계약 체결일로부터 10일 이내로 명시했다.

화해계약은 보험금 분쟁 과정에서 이뤄지는데 통상 보험가입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성됐다. 보험사 직원이 선심 쓰듯 “이번에 한해서 보험금을 지급해 주겠다”며 화해계약 작성을 요구하거나, 보험금 삭감 목적으로 화해계약 양식과 예시를 보험가입자에게 불리하게 보낸 후 작성하도록 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화해계약을 두고 보험가입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관련 통계를 집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금감원의 화해계약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화해계약에 대한 보험업계의 보험가입자 권익 침해 관행에 전향적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험금 지급은 보험약관에 따라 모두 지급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것인데, 보험약관에도 없는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하는 화해계약 관행을 금감원이 인정해 준 셈이어서 보험사들이 이를 더 악용할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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