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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단독] LG 스마트폰의 정치 성향은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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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스마트폰의 지능형 음성인식 기능 서비스인 ‘Q보이스’가 역대 대통령들에 대해 내린 평가를 놓고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Q보이스’는 애플의 ‘시리(SIRI)’나 삼성전자의 ‘S보이스’처럼 사용자가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면 각종 업무를 수행하는 음성인식 솔루션이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Q보이스’에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말하면 주관(主觀)이 다소 개입된 특색있는 대답을 내놓는다는 증언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23일 실제로 LG전자 스마트폰으로 ‘Q보이스’를 실행한 뒤, ‘박정희’라고 말하니 “군부 쿠데타로 18년간 집권하였습니다”, “경제성장 과정이나 민주주의 탄압에 대한 여러 시선이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은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세요” 등의 대답이 이어졌다.

또 “군정기간에 제1차 한일회의를 열고 실무교섭을 진행해 국민들의 대일감정을 자극하였습니다”, “두 가지 면을 살펴보아야 하는 인물입니다”, “유신체제로 인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후퇴했습니다” 등의 답변도 나왔다.

조선일보

LG스마트폰 'Q보이스' 화면 캡처


한편 ‘김대중’이라고 말하자 “북한과의 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으셨죠”, “지속적인 남북화해 정책으로 대외적 명성이 높아졌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화 운동을 하던 중 일어난 도쿄 납치 사건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등의 대답이 나왔다.

‘노무현’이라고 말했을 때는 “서민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죠”, “남북 분단 후 처음으로 걸어서 평양을 방문한 전 대통령이셨죠”, “16대 대통령입니다. 노란 물결이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한국 사회의 비주류를 대표하는 남다른 정치 역정을 걸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하게 주장하셨습니다” 등의 대답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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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스마트폰 'Q보이스' 화면 캡처


‘이명박’이라는 말에는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인 이명박입니다”, “17대 대통령이에요~”, “우리나라 17대 대통령입니다” 등 단순한 답변과 “소통과 화합의 자세로 국정에 임하면 좋겠죠”라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대답이 나왔다. 또 “원래 알고 있었는데 잠깐 잊어버렸어요”, “무슨 대답을 기대하시나요?” 등의 다소 황당한 답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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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스마트폰 'Q보이스' 화면 캡처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부자(父子)에 대한 답변은 어떨까. ‘Q보이스’는 ‘김일성’이란 말엔 “북한의 공산주의 운동가이자 정치가입니다”라는 답변을, ‘김정일’이란 말엔 “김일성의 후계자로 북한의 정치를 맡아 했었죠”라는 답변을 내놨다. ‘김정은’이라는 말에는 “어느 김정은이요? 북한의 김정은이요 아니면 탤런트 김정은이요?”라는 대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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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스마트폰 'Q보이스' 화면 캡처


한편 ‘Q보이스’는 같은 직책을 수행한 공직자라고 할지라도, 전부 인식하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름을 말했을 땐 “35대 서울특별시장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설립자이기도 하죠”라는 답변을 내놨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이름을 말하자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는거예요?” 등의 대답을 내놓으며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LG전자는 앞서 지난해 6월 스마트폰 ‘옵티머스 뷰’를 통해 선보인 ‘Q보이스’에 대해 “독자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LG전자 측의 설명에 따르면, ‘Q보이스’는 음성인식 결과로 텍스트가 입력되면 해당 텍스트의 맥락과 일치하는 사항을 자체 구축한 데이터 베이스에서 찾아 답변을 내놓는다고 한다. 즉, 역대 대통령이나 북한의 3대 부자에 대한 답변도 LG전자가 자체 구축한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된 내용인 셈이다.

한편 애플의 ‘시리’와 삼성전자의 ‘S보이스’에도 같은 실험을 해본 결과, ‘Q보이스’와는 달리 보다 객관(客觀)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시리’의 경우엔 세계 최대의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해당 항목을 검색해 보여줬고, ‘S보이스’의 경우에도 ‘웹 검색’을 실행해 관련 검색 결과를 보여줬다.

‘Q보이스’의 답변을 접한 네티즌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개성적인 답변을 내놓아 재밌다”, “교과서에 나오는 것과 동일한 내용의 중립적인 답변이라 딱히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또 다른 네티즌들은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에 대해선 비판적인 관점도 취하는 한편, 북한의 지도자들에겐 그러지 않는 점이 이상하다”, “다소 편향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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