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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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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그래놀라스' 덕에…유럽증시 美보다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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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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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경기 부진과 별개로 올 들어 유럽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오며 미국 대표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냈다. 유럽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에도 훈풍이 불면서 모처럼 투자자금이 유입세로 돌아섰다.

주요 기업 이익이 개선되는 가운데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유럽 증시 랠리를 연장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럽 주식형 펀드는 연초 이후 약 9% 수익률을 올렸다. TIGER 유로스탁스50(합성H)(12%), KBSTAR 유로스탁스50(H)(11.9%), TIGER 유로스탁스배당30(8.3%) 등 유럽 증시에 투자하는 주요 상장지수펀드(ETF)도 상승세가 뚜렷했다. 실제로 유로스톡스50지수는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반등세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2500선까지 밀렸던 지수는 8일(현지시간) 5040선을 돌파했다. 2000년 3월 전고점(5464)을 채 10%도 남겨두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유럽스톡스600지수는 이미 2022년 1월 전고점을 약 5% 상회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 봐도 성과가 돋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유로스톡스50지수는 11.6% 뛰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S&P500지수(9.1%)와 나스닥종합지수(8.3%)보다 높은 상승률이었다.

주가 훈풍에 모처럼 유럽 주식형 펀드에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유럽 주식형 펀드에서 378억원이 빠져나간 데 이어 최근 3개월 사이에도 203억원이 유출됐지만 이번주 들어 15억원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미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유럽 증시 상승세도 이른바 '그래놀라스(GRANOLAS)'로 대표되는 소수 대형주가 이끌었다. 그래놀라스는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미국 대장주 그룹 'M7'에 필적하는 개념으로 제시한 용어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 스위스 제약사 로슈(R),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A),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과 명품업체 LVMH(L),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S) 등 11개 종목을 포함한다.

그래놀라스의 특징은 성장성과 독과점에 가까운 시장 지배력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이들 주도주는 유럽 성장주 지수보다 매출 증가율이 높고, 유럽 가치주 지수보다 영업이익률이 높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도주 외에 높은 가격 결정력을 지닌 유럽 기업 가운데 높은 수익성과 성장을 동반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에 관심을 갖는 것도 하나의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며 "현재 기준으로는 에어버스, 렐엑스, 유니버설뮤직그룹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최근 유럽 증시 상황이 과거 강세장 초기 국면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비관론이 팽배한 가운데 경제 펀더멘털 개선과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전환이 기대된다는 점에서다.

양지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유럽 강세장은 유럽 제조업 경기가 저점을 통과해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점, 유럽 경기 비관론이 팽배했다는 점 등이 공통적"이라며 "유럽 경제가 2024년 중 유의미한 회복을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컨센서스(전망치)로 자리 잡았지만 제조업 경기는 2023년 하반기에 저점을 통과한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 달리 유럽은 금리 인하 사이클 돌입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로 지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비치는 2.4%까지 떨어졌으며, 가계와 기업 모두 대출 억제 환경 속에 경제 활동이 정체됐다"며 "유로 지역의 금리 인하 지연 위험이 가장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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