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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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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윤석열 심판'에 야당 몰표... 한동훈 약발 백약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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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3개월 차부터 부정 평가 > 긍정 평가
"긍·부정 평가가 20%p 차이 넘으면 인물 소용없어"
한동훈 내세웠지만 '범죄자 심판'에 치중
지지층 응집력 약했는데 더 깎아 먹는 행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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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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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 심판.

4·10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이다. 유권자들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표를 몰아주며 불과 2년 전 뽑은 윤석열 대통령을 호되게 심판했다. 윤 대통령은 0.73%포인트 차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돼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태생적 한계를 무시하고 소통과 쇄신 대신 '마이웨이' 국정운영으로 지지층마저 등 돌리며 최악의 상황을 자초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구원투수로 조기 등판시켜 '거야 심판론'으로 맞불을 놨지만 '정부 심판'의 거센 민심 앞에 백약이 무효였다.

21개월간 尹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 압도


10일 오후 11시 30분 기준 개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300석 중 170석(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포함) 가량 얻어 안정적인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조국혁신당 예상 의석수(12~14석)를 합하면 180석을 넘어서는 숫자다. 반면 국민의힘과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 예상 의석수는 110석 안팎에 그쳤다.

정권 심판 민심은 오랫동안 강렬했다. 한국갤럽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월별 통합 기준)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선 건 취임 직후인 2022년 5, 6월 두 달이 전부다. 이후 2022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21개월간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6~36%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최저 55%, 최고 65%에 달했다. 이 기간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 간 격차는 2023년 1월(19%포인트)을 제외하고 매달 20%포인트를 넘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대통령 긍·부정이 20%포인트 차이를 넘어서면 구도가 선거를 완전히 지배해 인물과 이슈가 힘을 쓸 수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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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및 정당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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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정권 심판론으로 직결됐다. 지난달 26~2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9%로 '정부 지원론'(40%)을 오차범위(±3%포인트) 밖에서 크게 앞섰다. 이 같은 정부 견제 우위 구도는 지난해 4월부터 일관되게 유지됐다.

정권 심판 작동 이례적... '자성' 대신 '마이웨이' 고집


대통령 임기 중반 이후 치르는 선거에서 야권은 늘 정권 심판 프레임을 내세웠다. 하지만 통한 경우는 드물었다. 2000년 이후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작동한 건 2016년 선거가 유일하다. 심지어 2012년에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25%에 불과했지만, 여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차별화를 꾀하면서 과반 의석(152석)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처럼 정권 심판론이 여당 참패로 직결된 건 이례적이다.

심판 여론이 조성되면 정부·여당은 겸허한 태도를 보이며 용서를 구하기 마련이다. 윤석열 정부도 민심을 다시 얻을 기회가 없지 않았다. 한국갤럽 3월 4주 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는 △경제·민생·물가 23% △독단적·일방적 9% △의대 정원 확대 8% △소통 미흡 7%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4% 등이다. 정부의 주요 정책, 민생·경제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태도에 유권자들이 실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소통에 인색했고, 정책 노선을 바꾸지도 않았다. 또한 여당은 '쓴소리'를 하지도, 미흡한 점을 보완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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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 부천세종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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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지지층은 떨어져 나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정 갈등의 의사들, 채 상병 사망사건의 해병대 전우회 등은 모두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인데 이탈했다"며 "윤 대통령은 사회통합은 물론, 선거공학 측면에서 표 결집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 승리는 탄핵 이후 이탈했던 보수 표심을 윤 대통령이 결집하는 동시에 2030 남성 등이 연대해서 가능했다"면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갈등으로 2030세대를 흡수할 수 있는 요인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카드, 소용없었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한 위원장을 내세워 반전을 꾀했다.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등에 있어 윤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일정 부분 차별화를 시도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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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3일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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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 위원장은 '90도 인사'로 갈등을 봉합했지만 힘의 우열을 절감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당'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 상당수가 한 위원장이 도장을 찍은 공천장을 받았다.

이후 행보도 실망스러웠다. 정부 실정에 대한 자성과 사과 대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한 '범죄자 심판' 전략에 치중했다. 같은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겹쳐 보이는 자충수였다. 여기에 선거 직전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도피 논란,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발언 등이 알려지며 정권 심판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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