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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긴축 '충분히 장기간'→'충분히'…금리인하 깜빡이 켤 고민하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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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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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모두의 예상대로지만 속은 복잡하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물가에 한은은 금리인하 '깜빡이'를 켤 시점을 고민하며 일단은 직진을 계속하기로 했다.

사실상 금리 인상 카드를 접은 한은이 10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건 섣부르게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을 전환하기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소비 위축 등 내수 부진과 현재진행형인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를 고려하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사과를 중심으로 한 과일 가격 강세, 꿈틀거리는 국제유가 등 울퉁불퉁한 물가를 생각하면 섣부른 금리인하는 '독'이 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흐름, 가계부채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의 탈동조화, 환율 변동성 등도 당연히 고려하겠지만 금통위원들이 지금 가장 고민하고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으로 수렴할 것으로 언제 확신할 수 있을지"라며 "확신이 들 때까지는 현재의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가장 주목하는 건 '물가'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월평균 2.3%까지 (내린다는 전망대로) 간다면 금통위원 전부가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반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 등 여러 문제로 하반기 월평균 2.3% 전망보다 지연된다면 하반기 금리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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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준금리 변동 추이/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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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통화긴축 기간과 관련한 문구를 기존 '충분히 장기간'에서 '충분히'로 수정했다.

'충분히 장기간'이란 문구를 유지할 경우 하반기 금리인하가 사실상 물건너 갔단 의미로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은이 하반기에 무조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해석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히'라는 문구는 남겨뒀다.

당장 3개월만 놓고 보면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은 게 사실이다. 지난 2월과 마찬가지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 후 적정 기준금리를 3.5%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1명만 내수 부진에 대한 선제 대응 차원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만 물가만 예상경로대로 흘러간다면 한은의 금리인하는 하반기 중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이르면 7~8월 중 한은의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국이 금리 피봇(통화정책 전환)을 하긴 할텐데 올해 중 몇번 할 것이냐라는 시점의 문제여서 (미국 통화정책이) 기타국가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은 예전과 다른 상황"이라며 "저희도 반드시 미국을 따라서 금리를 인하한다가 아니라 소비자물가, 환율 영향 등 국내 요인을 가지고 통화정책을 할 여력이 작년에 비해 커졌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피봇 시그널(신호)을 계속 줬기 때문에 ECB(유럽중앙은행)는 6월 금리인하를 고려하고 스위스는 이미 금리를 낮추는 등 탈동조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국내 물가가 어떻게 가는지에 따라 (금리인하를 미국보다) 앞서 할 수도, 뒤에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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