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30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다시 뛰는 유가의 공포…금리 인하, 연내 없을 수도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 겹치며 유가 100달러대 넘길 수도

환율 1400원선 무너지면 수입물가 압력까지 우려

또 다시 비용 인플레…금리 인하 시기와 강도 후퇴

헤럴드경제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강도가 모두 후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마저도 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 정세까지 다시 불안정해지면서 유가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전통적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분산)’ 수단인 금은 연일 최고가를 돌파하고 있다. 당분간 고물가가 계속될 수 있다는 시장 판단이 퍼지기 시작한 셈이다. 금리 인하가 4분기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은 물론, 올해 내 힘들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14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가 92달러를 웃돈 것은 5개월여 만이다.

확전이 현실화한다면 이미 배럴당 90달러선에 육박한 국제유가를 추가로 밀어 올리면서 '중동산 오일'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물가에 직접 상방압력이 될 수 있다. 국제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만 봉쇄되더라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선을 가뿐히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유가가 급등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3.1%를 정점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물가당국 전망은 어긋나게 된다. 당초 정부는 배럴당 81달러(두바이산)를 기준으로, 연간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했다.

고유가는 일정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을 부추기는 동시에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 소비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공급 측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는 고공행진하고 수요는 위축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유가 상승은 그 자체로 고물가 요인이지만, 우리나라엔 그 여파가 더 그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이기도 하고,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오른다. 2차적 물가 상승요인이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1,370원선을 넘어섰다.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부각된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강(强)달러에 추가적인 동력이 된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보다 이미 역대 최대 수준(2.0%포인트)으로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없다. 미국이 먼저 금리를 인하해야 한국은행도 통화정책의 공간(룸)이 생긴다. 그런데 미국 조차도 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 시기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도이체방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금융기관들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3개월 연속 상승하자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올해 12월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오는 6월부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양사의 이전 전망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금융회사들의 전망 수정 움직임은 지난 10일 미 노동부가 3월 CPI 발표 이후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로 가는 경로에 있다는 신호를 볼 때까지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월가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금리 인하 시점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동결한 이후 증권업계는 첫 금리 인하 시기를 기존 7월에서 8월, 늦게는 10월로 늦춰 잡고 있다.

삼성증권은 오는 7월부터 한은이 세 차례(7·10·11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던 기존 전망을 10·11월 두 차례 인하로 변경했다.

대신증권은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3회에서 2회로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은 첫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7월에서 8월로 미루고, 금리 인하 폭은 75bp(1bp=0.01%포인트)에서 50bp로 줄였다. 연내 3회에서 2회로 금리 인하 횟수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6개월 (전망) 시점으로 말씀드리면 금통위원 모두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정사실처럼 언급되던 시장의 '하반기 인하설'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전통적 인플레이션 위험 분산 자산인 금은 이에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 시장 금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400달러선을 넘어섰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이날 오전 11시 30분(미동부시간 기준) 현재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45.3달러(1.9%) 오른 온스당 2418.0달러를 나타냈다.

금 가격은 이날 장중 온스당 2448.8달러로까지 고점을 높이며 사상 최고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금 가격은 지난달 4일 사상 처음으로 2100달러선을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인 이달 3일엔 2300달러대 위로 올라선 바 있다.

th5@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