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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스라엘 “재보복” 예고에… 바이든 “어떠한 반격도 반대” [이란,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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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중동전쟁’ 전운 고조

이란, 영사관 폭격 직후 이 응징 천명

‘눈에는 눈’ 키사스 원칙에 따라 대응

“군시설만 공격… 추가보복 없다” 강조

아이언돔·‘다윗의 돌팔매’ 위력 발휘

이스라엘 7시간 만에 영공 다시 열어

이 당국자 “안보내각, 대응 결정 승인”

13일(현지시간) 밤 감행된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10여일 전부터 일찌감치 예상돼 왔던 일이다. 이란은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영사관이 폭격을 받자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배후를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즉각 보복을 천명했다.

예고된 공격에도 전 세계가 긴장하는 것은 이란이 이 지역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동의 강대국이기 때문이다. 이번 심야 공습은 1979년 혁명으로 이란에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이스라엘을 향한 첫 번째 본토 전면 공격으로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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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 세 번째)가 14일(현지시간) 텔아비브 키르야 군사기지에서 참모들과 함께 전시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텔아비브=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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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의 범죄 처벌을 위한 ‘진실의 약속 작전’으로 명명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이어진 중동 정세에 이란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에 대응하는 차원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은 하마스와 이에 호응해 이스라엘을 공격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등의 배후로 지적돼 왔지만 전쟁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 왔다. 이란이 자국 영사관 폭격을 계기로 어지러운 중동 정세에 본격적인 ‘플레이어’로 참전하게 돼 1973년 시리아와 이집트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시작된 4차 전쟁 이후 50년 만에 중동은 5차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과정에서 군사 시설만 겨냥했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TV가 이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13일 밤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 내부의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공습에 맞춰 레바논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후티도 이스라엘 공격에 나섰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대공방어시스템을 통해 별다른 피해 없이 막아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란의 공습을 대부분 요격했다면서 “얼마간의 미사일은 영토에 떨어졌다. 현시점에서 소녀 1명이 다친 것, 남부에 있는 이스라엘 군기지가 가벼운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매체 ‘Ynet’는 자국군이 이란의 드론, 미사일을 99% 요격했다는 이스라엘 당국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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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이 총 300기가 넘는다고 전했는데 공습 규모에 비해 피해가 매우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의 단·중거리 미사일 요격 방어 체계 ‘아이언돔’과 고고도 미사일 요격 체계인 애로 2·3, 중고도 요격 체계 ‘데이비드 슬링(다윗의 돌팔매)’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아이언돔은 레이더와 첨단 추적 기술 등을 활용해 이스라엘로 날아오는 로켓 등의 궤도를 추격해 요격하는 대공방어시스템으로 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대규모 기습 공격으로 이루어진 지난해 하마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란 역시 로켓이 대부분 요격됐음에도 이번 공습을 통해 비행거리가 2000㎞가 넘는 드론과 과거보다 정교해지고 강력해진 탄도미사일 능력을 보여 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평했다.

미국이 재빠르게 공동 대응한 것도 이스라엘이 큰 피해 없이 공습을 막아낸 데에 일조했다. CNN방송은 지중해에 파견된 미군 구축함이 70대 이상의 드론과 최소 3기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보복공격으로 대규모 확전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7시간 만에 이스라엘 영공이 다시 열리는 등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도 이번 드론 발사를 끝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긴장감은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확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예고해 확전을 둘러싼 공은 이스라엘로 넘어갔다. 이스라엘의 한 당국자는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전쟁 내각에 이번 사태 대응을 결정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이란 땅에 군사 공격을 가할 경우 두 배의 전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맞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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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헤란=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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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어떤 반격도 반대한다며 미국이 이란을 겨냥한 어떤 공세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네타냐후 총리는 이해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중해에 대공방어 능력을 갖춘 두 대의 구축함, 홍해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공모함을 배치해 둬 양국 간 충돌에 언제든 직접 개입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이 이번 보복공격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안보리도 14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논의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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