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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링크 누르자 휴대폰 먹통… 대법원까지 가서 찾은 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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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례 재판 거쳐 2년 반 만에

계좌 소유주 소재 불분명

공단 “재산 확인되면 강제집행”

피싱범이 은행계좌를 원격 조정해 100만원을 잃은 피해자가 4차례의 재판 끝에 피해를 구제받게 됐다.

1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재판장 이동원)는 피싱 피해자 A씨가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상고심에서 카드계좌 소유주인 B씨에게 100만원을 선고했다. 1·2심 재판부는 카드계좌 소유자인 B씨가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 환송했다.

세계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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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1년 10월 자녀를 사칭한 피싱범으로부터 “휴대폰 액정이 깨져서 수리비가 필요하다”는 문자를 받고 피싱범이 안내하는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피싱범은 A씨의 은행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알아낸 뒤 휴대전화에 원격조정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B씨의 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이 돈은 피싱범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다. B씨의 계좌로 입금된 금액이 카드회사의 카드대금으로 자동 결제됐기 때문이다.

뒤늦게 피해를 알아차린 A씨는 공단의 도움을 받아 카드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카드사에게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결국 A씨는 계좌 소유자인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B씨의 행방을 알 수 없어 공시송달로 진행된 재판에서 법원은 “B씨 계좌에 송금된 돈을 사실상 B씨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B씨가 모르는 사이에 입금된 돈이 카드대금으로 자동 결제돼 부당이득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2심 재판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씨가 얻은 이익으로 자신의 카드대금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결국 A씨는 4차례 재판을 거쳐 2년 반 만에 100만원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B씨의 소재가 불분명한 만큼 실제 강제집행에 이르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 김덕화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A씨의 입장에서 100만원은 큰돈”이라며 “재산명시를 통해 B씨의 재산이 확인되면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천=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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