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C커머스발 유통전쟁] 〈2〉설 자리 잃는 중소 셀러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알리익스프레스 '천원마트'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자동차 용품을 판매하는 e커머스 셀러 A씨는 최근 사업 연장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판매 중인 제품과 비슷한 성능·디자인의 제품을 알리익스프레스·테무에서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서다. 광고 지출을 늘리며 매출을 방어해 왔지만 수익성이 낮아져 이마저도 포기했다. A씨는 식품 등 다른 카테고리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 e커머스(C커머스) 공세가 확대되면서 국내 중소 셀러들이 설 곳을 잃고 있다. 초저가 공산품을 앞세운 중국발 물량 공세에 밀려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셀러 판매량이 감소하면 공산품을 생산하는 중소 제조사까지 파급이 미친다. C커머스 유통 공정으로 인해 국내 e커머스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소 도소매·제조업계가 위기에 봉착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내달 중국 브랜드·셀러 판매 촉진을 위해 100억 위안(약 1조9000억원)의 보조금 지원 정책을 실시할 예정이다. 양질의 셀러를 확보해 한국 등 세계 각국에 더 싸고 더 많은 상품을 밀어 넣겠다는 의도다.

셀러 사이에서는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C커머스가 국내 공산품 시장을 독차지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알리·테무가 판매하는 액세서리·소형가전·자동차용품·생활소품 등의 공산품은 대부분 원가 이하 수준의 가격이다. 신규 가입 혜택, 프로모션 쿠폰을 적용할 경우 1000원 미만 상품도 흔하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국내 셀러 상품보다 배송이 늦고 품질이 떨어져도 C커머스 상품을 구매한다. 이같은 초저가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는 △팬데믹 전후 생산된 과잉 재고 △수많은 공장과 셀러 풀 △탄탄한 자본력 등이 거론된다.

국내 셀러들은 △무관세 △무인증 등 역차별 정책도 지적한다. 해외에서 물건을 소싱할 때 높은 관·부가세와 안전인증 등 검사 비용을 지불하는 국내 셀러와 달리 중국 셀러들은 사실상 자유롭게 물건을 판매한다. 안전인증 의무가 없을 뿐더러 판매 상품 대부분이 관세가 면제되는 150달러 이하 목록통관 대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C커머스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몰 폐업 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인터넷 통신판매업체 수는 7만8580개로 전년 대비 37.3% 급증했다. 폐업한 업체 중 상당수가 공산품 판매 업체나 해외 구매 대행 업체라는 분석이다. 직접 상품을 제조하는 셀러나 신선식품 등이 아니면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셀러 수가 줄어들면서 중소 제조사도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2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80.7%가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답했다. 응답한 제조업체 10개 사 중 3개사가 매출 감소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현장에서는 C커머스에 주도권을 잃기 전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기중앙회는 최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재정부에 중소기업계 우려와 건의 사항을 전달한 상태다. 현재 150달러 수준인 직구 면세 한도를 낮추거나 연간 면세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의 초저가 마케팅은 과거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 진출할 때와 같은 '원숭이 꽃신' 전략”이라며 “국내 e커머스 생태계를 받치고 있는 중소 제조·도소매 기반이 무너지면 본심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