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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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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여성의 경력단절, 출산율 하락의 핵심…전문가 “일·가정 양립 환경 정책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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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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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부담이 전적으로 여성에 치우친 한국에서 경력단절로 대표되는 고용상 불이익이 출산율 하락 원인에 40%가량을 차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를 기르면서도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일·가정 양립 환경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덕상 연구위원·한정민 전문연구원은 16일 발간한 'KDI 포커스 :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그간 30대 여성의 평균 경력단절 확률은 꾸준히 감소했지만 이는 자녀가 없는 경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무자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한다면 현재 경력단절 확률을 최소 14%p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분석됐다.

이런 경력단절 우려는 출산율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한국은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의 부담이 비대칭적으로 쏠려있는 환경이다. 이는 남성이 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다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연구는 경력단절이 실제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봤다.

경제학에선 성별 고용률 격차인 '차일드 페널티'(child penalty)란 개념이 있다. 출산에 따른 여성의 고용상 불이익을 의미한다.

남성은 자녀 유무와 관계없이 고용률이 변하지 않지만 여성의 경우 자녀 유무에 따라 경력단절 격차가 벌어지는 고용상 불이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차일드 페널티의 증가가 2013∼2019년 출산율 하락 원인에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형별로 30∼34세일 때 45.6%, 25∼34세 39.6%, 25∼39세 46.2% 등이다.

연구는 "아직 자녀가 없는 청년세대가 경험하는 성별 고용률 격차의 축소는 역설적으로 자녀 유무에 따른 경력단절 확률 격차의 확대로 이어져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 여성의 수를 증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연구는 경력단절 방지책이 출산율 제고에 핵심일 것으로 짚었다.

육아기 부모의 시간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재택·단축 근무 제도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정책의 확대, 남성의 영유아 교육·보육 비중 확대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미 시행되고 있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단축근무 제도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녀의 출산과 교육·보육은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십수 년에 걸쳐 공백없이 이뤄내야 할 과업인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 단기적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조덕상 연구위원은 "유연하고 다양한 근로제도, 단축근무·재택근무 등을 활용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뒤 승진 대상에서 누락된다면 회사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해도 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육아휴직 뒤 합리적 이유 없이 휴직, 정직, 배치전환, 전근, 승급 정지, 감봉 등 경제적, 정신적, 생활상의 불이익은 모두 불리한 처우에 속한다. 사업주가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육아휴직을 썼기 때문에 근속연수가 미달한다는 팀장의 말은 틀린 얘기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 기간에 포함된다.

고용노동부는 직장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은 사례에 대한 권리 구제를 위해 지난해 4월 모성보호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지난해 6개월간 온·오프라인 신고는 220건 접수됐는데 전체 신고 중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불리한 처우’가 47건으로 가장 많았다.

센터로 익명 신고도 가능하기 때문에 노동청 진정이나 고소를 진행하기 전, 상담을 위한 창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고용 누리집이나 노동포털을 이용하면 되고,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에도 방문, 전화, 우편 등으로 신고할 수 있다.

다만 법적 근거도 있고, 신고 창구도 마련됐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육아휴직을 썼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고용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 소요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업체는 45.6%에 달했다. 조사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표본사업장 5038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육아휴직 기간 전체를 승진 소요 기간에 넣는 사업체는 30.7%, 육아휴직 기간 일부를 승진 소요 기간으로 포함한다는 사업체는 23.7%였다.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 소요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비율이 높은 업종은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이 92.9%로 가장 높았다. 교육서비스업 89.1%, 부동산업 59.5%, 금융보험업 53.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조사에서 육아휴직자에게 승진 소요 기간 계산에서 불이익을 준 비율이 5∼9인 사업장(48.2%)과 10∼29인 사업장(45.4%)이 가장 높았다.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도 39.7%가 불이익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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