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에 이스라엘 '맞대응' 가능성 부각되자
고유가·고금리·고환율 공포 확산…세계시장 '휘청'
원·달러 환율 급등…1400원 돌파 '빨간불'
코스피가 중동 정세 불안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2% 넘게 하락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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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 분쟁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과 맞물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공포가 심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17개월 만에 1400원선을 터치하면서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고, 주식·비트코인 등 위험자산 시세는 일제히 크게 하락하면서 '검은 화요일'로 기록됐다. 분쟁 전개 상황에 따라 금융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는 시장 우려가 짙다.
원·달러 횐율, 장중 1400원 돌파…작년 말보다 100원 넘게 올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 때 전날 종가(1384.0원) 대비 16원 넘게 급등한 1400.2원까지 고점을 높이며 2022년 11월7일(1,413.5원) 이후 약 17개월 만에 1400원선을 넘었다.
결국 오후 2시55분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상승 흐름이 일부 진정돼 환율은 10.5원 오른 1394.5원에 장을 마쳤다. 7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이 기간 종가 기준 상승폭만 47.4원이다. 작년 말 종가(1288.0원) 대비 상승폭은 106.5원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돌파한 때는 외환위기 시기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광폭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졌던 2022년 하반기 정도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충격이 지속됐던 작년 11월 초 이후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06선 위로 치솟았다. 시장에서 '킹달러'라는 표현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다.
중동 긴장에 고물가 우려 더 커져…'고금리 장기화' 긴장 강화
이란 주변 해역을 지나가는 유조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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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달러 강세의 배경에는 이스라엘·이란의 분쟁이 격화돼 국제유가가 더 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국제유가가 뛰면, 수입 물가·소비자 물가가 연쇄적으로 오르고, 이렇게 되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고물가·고금리 공포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유럽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당초 이란으로부터 본토 공습을 당한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재를 계기로 보복 공격 계획을 철회했다는 취지의 미 뉴욕타임스 보도도 나왔지만,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고통스러운 보복'을 하는 다수의 방식이 이스라엘 전시내각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현지 방송 보도가 15일(현지시간) 뒤따르면서 확전을 경계하는 시장의 우려가 깊어졌다.
이미 앞서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3%대 중반으로 반등해 연준의 목표치(2%)와 멀어진 터라,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확산한 상황이었는데 유가 상승 흐름은 이런 전망에 무게를 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한국시간으로 15일 미국 소매판매 지표마저 예상치를 뛰어 넘는 수준으로 나와 미국 경제가 고금리를 버틸 수 있을 만큼 견조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같은 여러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연준이 당장 6월부터 조기에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연내 세 차례(0.75%포인트) 인하 조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은 최근 일주일 사이 급격히 소멸됐다. 금리 관련 시장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데이터를 보면 16일 오후 기준 '9월부터 연내 두 차례만 인하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다수론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증시 급락·비트코인도 약세…당국 '시장 불안' 진화 주력
이란·이스라엘 분쟁 전개 양상에 따라 3고(高) 공포가 더 짙어질 수 있는 만큼 증권가에선 달러 강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전 시 원·달러 환율이 144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는 3분기 경으로 밀리고 인하 횟수가 2회로 제한되면서 환율은 연말까지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위험자산 선호심리는 극도로 위축되면서 국내외 증시는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0.80포인트(2.28%) 하락한 2609.63으로 마감하며 간신히 2600선을 사수했다. 지난 1월17일(-2.47%) 이후 최대 낙폭 기록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하루에 4265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1.94%)와 홍콩 항셍지수(-2.1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65%) 등도 곤두박질쳤다. 그보다 앞서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비트코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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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역시 채굴 보상이 기존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임박했다는 호재 속에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오후 6시 현재 비트코인은 9488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주일 전인 9일 고점(1억 239만 9천 원) 대비 약 7.3% 하락한 수준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같은 날 은행연합회에서 국내은행 리스크 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올해 자금조달 계획을 재점검하고 선제적인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 등을 통해 대외 리스크에 대비해달라"고 했다. 금융·통화당국은 필요 시 적시에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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