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열린 미ㆍ이라크 고위조정위원회 회의를 시작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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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대(對)이란 보복’을 천명하면서 중동 지역 내 분쟁 확산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추가 확전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이익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이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유대인 지도자 그룹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악시오스가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유대인 지도자 그룹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에 대이란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며 이는 이스라엘이 결정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다만 “그의 메시지는 ‘현명하고 전략적이며 가능한 한 제한적으로 행동하라’는 것이었다”고 한 참석자는 악시오스에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의에서 “힘과 지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는 “블링컨이 ‘이스라엘에 무엇을 해야 한다고 결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단순히 이스라엘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존중하되 역내 확전은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블링컨 장관은 또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인질 협상 거부와 관련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지역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봐서 최근에 인질 협상을 거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ㆍ이집트ㆍ요르단ㆍ튀르키예 등 중동 국가 외교장관들과의 연쇄 전화 협의에서 “사태 악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같은 날 NBC, ABC 방송 등에 출연해 “이스라엘의 대응은 전적으로 그들에 달렸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이란과의 전쟁을 원치 않으며 중동에서 긴장 고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이스라엘 군이 16일 사해에서 수거한 뒤 전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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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이스라엘 간 향후 충돌 가능성과 관련해 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란이 새로운 미사일ㆍ드론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라고 악시오스에 말했다. 또 다른 미 당국자는 “이란이 수백 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다시 발사한다면 지난 13일 공격을 물리친 성공을 재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정부는 이란에 대한 신규 제재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을 포함한 동맹과 파트너들, 의회 양당 지도부와 포괄적인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며 “며칠 내로 이란에 대해 신규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프로그램,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국방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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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북ㆍ이란 위협 심각하게 받아들여”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 내에서는 북한과 이란의 핵ㆍ미사일 협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연이어 나왔다. 미 국무부 매슈 밀러 대변인은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란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북한과 협력하는 데 대해 어떤 우려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그것은 우리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우려해온 사안”이라고 답했다.
미 국방부 팻 라이더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북한 무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추측할 수 없다”면서도 “북한과 이란이 야기하는 위협은 우리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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