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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단독]"고양이, 다리 절다 죽었다"…'볼드모트 사료' 수거해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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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근 전국에서 집단 폐사한 고양이들과, 유사한 신경 증세를 보여 동물병원에 입원한 렉돌 품종 고양이(경기도 성남시). 사진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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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에서 집고양이들이 다리를 절다가 무기력하게 죽는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중에 유통 중인 국산 사료가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해당 사료를 수거하는 등 조사에 나섰다.

동물보호단체인 묘연·라이프의 자체 집계 결과에 따르면, 15일까지 49가구 80마리 고양이들에게서 혈변을 보거나 다리를 저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이 중 31마리가 폐사했고 47마리는 치료 중이다. 나머지 2마리는 치료를 마치고 회복했다.

피해 고양이들은 죽기 전 뒷다리를 절거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신경 증상을 보였다. 신경 증상 외에도 급격한 신장 수치 저하와 높은 간 수치, 혈변, 혈뇨, 식욕 부진으로 기력이 없는 증세도 나타났다. 대한수의사회도 비슷한 증세로 동물병원에 입원했거나 치료 중인 고양이 74마리를 추적 관찰하고 있다.



동물단체 “피해 고양이 연령·지역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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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폐사한 고양이들과 유사한 증상을 보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코리안숏헤어 품종 고양이. 사진 동물보호협회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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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들은 “피해 고양이 80마리 대부분이 국내 특정 제조원에서 올해 1~4월 만든 사료를 먹었다”며 일부 국산 사료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가운데 폐사한 31마리는 예방 접종을 마친 실내묘로, 급여 사료 외에 다른 공통점은 없었다고 했다. 연령도 4개월부터 10살까지 다양했고, 거주 지역도 수도권부터 남부 지역까지 전국에 걸쳐 있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감염병이 원인일 가능성은 작다는 게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이다.



사료 회수해 조사…기생충 감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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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서울캣쇼‘에서 고양이가 간식을 고르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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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는 집단 폐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사료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농식품부 산하 농산물품질관리원은 문제로 지목된 제조원에서 생산해 시중에 유통 중인 사료를 무작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급사 원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 사료 유통 중단 등의 조처를 하진 않았고 정밀 조사를 하기 위해 16일부터 회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도 고양이 사체 부검을 통한 사인 분석을 진행 중이다. 사건 초기 대한수의사회는 원충성(기생충 등) 감염일 가능성을 염두에 뒀지만, 정부 조사와 자체 조사가 진행되면서 현재 원충성 감염으로 인한 폐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증상이 원충성 감염시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데, 조사가 진행되며 원충성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증상 초기에 병원을 방문하면 회복 가능성이 높은데 관련 정보가 확산하면서 피해는 줄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집사들 “볼드모트 사료 먹였으면 병원 방문”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사가 이어지면서 고양이 보호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고양이 보호자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문제로 지목된 국산 사료를 사료명 대신 ‘볼드모트 사료’로 부르며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 한 보호자는 “검사를 해보면 신장이나 간 수치가 정상 범위 밖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해당 사료를 급여한 경우 증세가 없어도 병원을 방문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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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에서 집단 폐사한 고양이들과, 유사한 신경 증세를 보여 동물병원에 입원한 렉돌 품종 고양이(경기도 성남시). 사진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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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체 분석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근무일 기준 18일 안에 의뢰인에게 통보하게 돼 있어, 5월 초순에는 결과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료 분석 결과는 이보다 빠른 이달 말쯤 나올 전망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도 “사료 조사에 모든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려 한다”고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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