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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수감 중인 미얀마 수치, 돌연 가택연금 전환… 반군 공세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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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대변인 "40도 넘는 무더위 때문"
'저항세력에 몰리자 태세 전환' 분석도
한국일보

미얀마 쿠데타 발발 2주년이던 지난해 2월 1일 태국 방콕의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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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후 교도소 독방에 감금돼 왔던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79) 국가고문이 돌연 가택연금으로 수감 장소가 전환됐다. 수치 고문의 건강 악화와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석방 호소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던 군부가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이다. 저항 세력 공세로 위기에 처한 군부가 ‘출구 전략’을 마련하는 차원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군정 “열사병 보호 목적” 공표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군정은 이날 오전 수치 고문 가택연금 사실을 공개했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극심한 더위가 이유였다. 조민툰 군정 대변인은 “날씨가 극도로 덥기 때문에 수치뿐 아니라 고령 수감자를 열사병에서 보호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혹서기에만 일시적으로 수감 장소를 옮긴 것인지, 계속 자택에 머물게 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얀마 군부는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켜 수치 고문이 이끌던 집권 민족민주동맹(NLD)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수치 고문은 반역·뇌물 수수·통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3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사면을 통해 27년형으로 감형됐지만 독방 수감은 계속됐다.

최대 관심은 수치 고문의 갑작스러운 자택 이송을 결정한 군부의 의도다. 그간 유엔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국제사회가 수치 고문 석방을 촉구했지만, 군부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독방에 가두고 변호인 접견도 금지하는 등 외부 접촉을 철저히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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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카렌주에서 활동하는 소수민족 저항세력 카렌민족해방군(KNLA) 군인들이 지난 15일 태국 접경 도시인 미야와디를 순찰하고 있다. 미야와디=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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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고문의 막내아들 킴 아리스는 지난해 9월 “어머니 건강이 악화해 교도소 당국조차 교정시설이 아닌 외부 의료진으로부터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군부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수세 몰린 군부의 출구 전략?


군부가 3년 만에 구금 수위를 낮춘 배경에는 미얀마 내 정세 변화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시민 저항군 총공세로 군정은 수세에 몰렸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으로 통하는 국경 지역 주요 도시를, 이달 초에는 태국 인근 거점 도시인 미야와디까지 빼앗겼다.

승리 무게 추가 저항 세력 쪽으로 기울자 저항 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치 고문을 교도소에서 빼내 국면 전환을 꾀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얀마 독립언론 미찌마는 “NLD 고위 간부 등 다른 정치범들도 풀려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가택연금 전환에 중국이 관여했다는 설명도 있다. 천하이 주미얀마 중국대사가 최근 군정 지도자를 만났다는 중국 측 보도도 나왔다. 미얀마정치범단체 관계자는 로이터에 “군정이 국제사회 압력은 신경 쓰지 않지만 중국은 두려워한다”며 “수치 고문 가택연금 전환은 중국 측과의 협의 후 일어난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치 고문 건강이 악화해 교도소에서 숨질 경우 비난 여론이 쏟아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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