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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예술과 오늘]예술로 품은 304명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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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다. 단원고등학교와 지척인 경기도미술관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장소가 됐다. 주차장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합동분향소가 세워졌고 미술관 일부는 세월호 유가족 사무실로 쓰였다.

10번의 봄을 맞은 지금, 추모의 물결을 따라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비극을 기억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미술관 역시 10주기 추념전을 마련했다. ‘우리가, 바다’(4월12일~7월14일)다. 17명(팀)의 작가 작품 40여점이 출품됐다. 조형매체와 세대는 다르지만 세월호 참사가 남긴 수많은 질문과 여전히 인양되지 못한 4월에 대한 답을 주문한다는 점에선 분모가 같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노란색 사각형에 검은색 프레임을 씌운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윤동천 작가의 작품 ‘무제’(2014)다. 무사 생환의 의미에다 조민의 뜻을 덧댔다. 어딘가에서 들리는 말방울 소리(말방울은 네팔 산악지대에서 위험을 알리거나 멀리 있는 말을 찾기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에 고개를 돌리면 ‘노란 방’(2017)이 나타난다. 포기할 수 없는 희망과 진실규명에 대한 의지가 공간 전체를 감싼다.

전시장 2층에선 김지영 작가의 ‘파랑 연작’(2016~2018)이 눈길을 끈다. 세월호 참사를 포함한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등 과거 발생한 32개의 사회적 재난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이 작품은 정부가 참사를 다루는 방식의 변함없음을 지적한다.

전시장 중간에 안무가 송주원의 영상작품 ‘내 이름을 불러줘’(2024)가 내걸렸다. 애석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름을 몸으로 품었다. 스피커를 통해 호명된 304명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위로의 몸짓으로 써내려간 언어로서의 신체, 1시간30분 동안의 움직임 속엔 짙은 애도가 배어 있다.

유독 가슴이 뭉클해지는 작품도 있다. 전원길 작가의 ‘잊을 수 없는 별들’(2024)과 이정배 작가의 ‘얼룩’(2024)이다. 50여개 원형에 흙을 채우고 새싹을 심은 ‘잊을 수 없는 별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얘기한다. 세월호 선체와 진도 팽목항에서 채집한 흙을 딛고 자라는 싹들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묻은 아이들이다. 작품 자체가 비슷한 고통을 경험한 이들에 관한 미학적 채록이기도 하다.

‘얼룩’은 1만개의 향을 태운 재로 그린 그림이다. 2014년 당시 작업실에서 매일 향을 피우고 그 재를 모아 물감을 만든 후 평면으로 옮긴 작업의 연장이다. 회화 속 회백색 얼룩은 지금도 멈추지 않는 눈물 자국과 진배없다. 특히 1만개 향이 남긴 잿개비를 모아 설치한 작업은 지난 10년의 제의(祭儀)를 함축한다.

경기도미술관이 ‘우리가, 바다’를 기획한 이유는 재난의 상흔에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자 함이다. 예술가들은 슬픔과 고통의 의미를 지니게 된 바다를 잊지 않기 위해, 연대를 촉구하려는 의도 아래 작품을 만들었다. 이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부응하는 방법이기도 하거니와, 동시대 상황에 반응하는 존재로서의 위치와도 맞닿는다. 예나 지금이나 참다운 예술가는 항상 소외된 자, 힘없는 자들 옆에 있었다. 사회적 목소리를 함께 내왔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애도의 방식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끔찍한 국가부재의 재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구성원 모두가 안전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선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완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가족 지원, 안전 관련법 제정 및 시행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아직 과제가 산적하다는 것도 우리가 10년 전 오늘을 의식 속에 간직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경향신문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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