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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100억 사기에도 징역 10년…전세사기 피해자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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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24일 서울 종로 보신각 일대에서 ‘전세사기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를 개최했다. 민달팽이 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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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피해가 이어지며 올해 최고점을 찍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전남 순천에서도 95억원대 규모의 ‘무자본 갭투기 전세 사기’ 피해자는 137명으로 나타났다. 지속된 전세 사기로 보증보험을 취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전남 순천 조례동 대단지 아파트에서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임대사업자 A(41)씨와 공인중개사 등 3명은 구속, 2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 2020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자본금 없이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으로 아파트를 매입한 뒤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의 규모는 95억원대로 피해자는 총 137명이다.

전세 피해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출범 이후 정부로부터 전세 사기 피해를 인정받은 이들은 누적 1만5000명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17일 두 차례에 걸쳐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총 1846건을 심의, 1432건을 전세 사기 피해자 등으로 최종 가결했다. 139건은 보증보험 및 최우선변제금 등으로 보증금 전액 반환이 가능해 요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223건은 요건 미충족으로 부결됐다.

전세 보증사고 규모도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4354억원, 사고 건수는 6593건이다. 월별로 보면 1월 2927억원, 2월 6489억원, 3월 4938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 보증사고 규모는 지난해 1분기 7973억원보다 80.0%(6천381억원↑) 늘었다. 특히 집값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가 본격화한 2022년 4분기 이전 체결된 임대차 계약 만기가 다가오며 역전세 등으로 인해 대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전세 사기 가해자들의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다.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100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B(34)씨는 2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B(34)씨는 2020년 2∼12월 서울, 인천, 수원, 부천, 고양 등 수도권 일대에서 47명으로부터 전세자금 100억4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강한 처벌을 촉구했다. 지난 2월24일 전세 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서울 신탁사기 피해자인 박모씨는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지속적인 전세 사기가 나오고 있다”라며 “짧게는 몇 년, 길면 최대 10년~25년을 다녀오면 수억원대 돈이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약한 처벌로 인해 법은 피해자를 보호도 예방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대규모 전 세사기 피해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났지만 변한 건 피해자들의 피폐한 삶이다”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도 전세 사기에 가담한 임대인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현재 전세 계약 시스템을 보면 사기를 치기 쉬운데 처벌은 약하다”라며 “양심만 버리면 돈을 쉽게 벌 수 있으니 사기범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라 꼬집었다. 그는 “일단 처벌을 강화해야 하고 전세 사기를 쉽게 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적인 개선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국세청과 국가기관이 연계해서 전세 계약 시 임대인들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전세가율이 높으면 경고문이 뜨는 등 계약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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