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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바이든, 중국산 철강에 ‘슈퍼 301조’ 꺼냈다…미-중 충돌 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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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철강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피츠버그/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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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보호무역주의의 상징인 ‘슈퍼 301조’(무역법 301조)를 꺼내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경제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온 중국 산업 견제가 이제는 보다 광범위한 제조업 분야의 과잉생산으로 초점을 옮겨가는 양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철강 산업 메카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철강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현행 7.5%에서 25%까지 올리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조처는 “미국 노동자 보호를 위해 전략적으로 특정 표적을 겨냥하는 것”이라며 “중국 철강 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많이 주기 때문에 이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경쟁하는 게 아니라 부정행위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 덕에 미국시장에 값싼 철강 제품을 공급해 미국 업체들과 노동자들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이날 미국무역대표부는 노조 5곳의 청원을 받아들여 중국 조선업과 해운업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미국무역대표부는 이 역시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문제와 함께 슈퍼 301조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 대표는 중국 조선업 등도 “비시장적 관행”을 동원해 미국 업체들과 경쟁한다는 게 노조들의 입장이라며 “완전하고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슈퍼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 업체들이 손해를 봤을 때 보복 조처를 규정하고 있다. 타이 대표는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서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서도 “조기에 단호한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이 슈퍼 301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여러 분야에 걸친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본격 대응하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인공지능(AI), 퀀텀 컴퓨팅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대중 수출 통제와 기술 이전 차단에 나서면서 ‘경제 안보’를 명분으로 내걸어왔다. 중국의 경제 발전을 저해하려는 게 아니라 중국에 넘어가면 첨단 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는 기술을 보호하려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이 보조금을 줘가며 전기차,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을 저가에 세계시장에 공급하며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의 과잉생산에 함께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연말부터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범용 반도체)의 과잉생산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미-중의 경제 분야 충돌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난 중국과 갈등이 아니라 경쟁을 추구한다”, “무역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문제가 있는 분야만 들여본다는 주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슈퍼 301조를 꺼낸 것은 중국 견제만이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조를 만족시키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광범위한 중국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중국 견제를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일본제철이 인수를 시도하는 유에스스틸이 “완전한 미국 기업”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철강노조는 피츠버그에 본사가 있고 한때 세계 1위였던 유에스스틸이 일본 기업에 넘어가면 노동자들 지위가 불안해진다며 매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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