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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오판’이 중동 위기 키웠다…예측 불가 이란·이스라엘 신경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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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이스라엘, 이란 격한 보복 예상 못 했다”

미국도 이란 영사관 공격 계획 5분 전 통보받아

네타냐후는 만류에도 이란 재보복 의사 재확인

경향신문

이란 정규군이 17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육군의 날 행사에서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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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부터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정면충돌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판이 중동 지역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사회가 확전 방지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숨 고르기에 나섰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란 재보복 의사를 재차 확인하면서 불확실성은 더 짙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 이후 당사자들의 계산 착오가 잇따르면서 중동 지역 전면전 우려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NYT는 우선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미사일 공격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2월부터 이란 영사관을 공습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를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3월22일 작전을 승인했다.

문제는 당시 이스라엘군 내부 보고서엔 이란이 시리아·이라크에서 활동하는 민병대를 통해 소규모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이다. 보고서를 입수한 NYT는 “누구도 이란의 격렬한 보복을 예상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란은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등 300기 이상의 무기를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했다. 이스라엘군의 완벽한 오판이었다.

미국도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공격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NYT는 “이스라엘은 공격을 불과 몇 분 앞두고 미국에 이 같은 상황을 통보했다”며 “이스라엘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미국)은 방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련의 사건을 통해 우리는 기존의 분쟁 규칙이 크게 바뀌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그 어느 때보다 상대의 의도와 반응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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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이스라엘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집무실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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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전문가들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앞으로 어떤 형태의 보복을 주고받을지 섣불리 예상할 수 없고, 그만큼 긴장감이 고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 중동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현재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은 모두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며 “이란은 이스라엘에 복수했다고,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을 격퇴했다고, 미국은 이란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고 이스라엘을 방어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다른 문제에 직면한다면 전 세계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스라엘 행보도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 모두 발언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과 면담한 내용을 공개하며 “그들은 모두 다양한 제안과 충고를 했다. 충고에 감사한다”면서도 “이란 대응에 관한 결정은 주체적으로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 만류에도 이란 재보복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이스라엘 공습 대비에 돌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 일부를 대피시켰다. 이어 홍해를 지나는 이란 상선 보호를 위해 공군 전력을 대거 투입했다. 이란 지원을 받는 레바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해 이스라엘인 18명이 크게 다쳤다. 헤즈볼라는 전날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지휘관 2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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