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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생일에 꽃을 선물해도 때린 계모…판사마저 운 잔혹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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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동학대 이미지. [사진출처=연합뉴스]


초등학생 형제를 지속적으로 학대해 온 계모와 친부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아들은 부모에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끔찍한 학대를 받아왔지만, 재판부에 아버지의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을 맡은 판사는 부부의 잔혹한 범행을 설명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판사는 18일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 A씨에게 징역 4년을, 친부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계모 A씨는 2021년 5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초등학생 형제를 20차례 이상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첫째 아들이 자신의 생일선물로 꽃바구니를 사 오자 “돈을 함부로 쓴다”며 쇠자로 손바닥을 수차례 때렸다.

A씨는 술에 취해 둘째 아들의 얼굴을 코피가 나도록 때린 적도 있다.

계모는 자신의 폭행으로 인해 아이의 몸이 멍들면 자신의 학대 행각이 들어날까봐 우려해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밥을 먹을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수 개월에 걸쳐 아이들을 굶긴 적도 있다.

또 아들들을 잠 재우지 않고 반성문을 쓰게 하고, 형이 동생을 감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목을 조르기도 했다.

급기야 2022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형제들을 집에서 내쫒았다.

친부 B씨는 A씨의 상습적인 범행을 알면서도 방관했으며, 심지어 자녀들을 함께 때린 혐의를 받았다.

부부의 범행은 형제의 연락을 받은 고모부가 112에 신고하면서 밝혀졌다.

김 판사는 “자신들을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피해 아동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해 무자비한 폭력과 정서 학대를 했다”며 “그런데도 피해 아동들의 문제 행동으로 체벌이 시작됐다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고인들은 자신의 폭력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체험학습을 빙자로 등교하지 못하게 하기도 하는 등 부모의 절대적인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 나이의 형제가 오히려 그 부모로부터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었으며 설령 그런 사정이 있더라도 아동들을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때리고, 6개월간 음식을 주지 않으며 폭력을 행사하고 협박하기도 하는 등의 행동은 절대 훈육 목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의 진술 태도를 비추어보건대 진지한 반성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계모에 대해서는 “생활의 어려움을 남편과 헤쳐 나가려 하지 않고 어린 피해 아동 탓으로 돌리며 학대로 그 어려움을 해소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친부에 대해서도 “장기간 학대를 방관하거나 같이 행사했고, 또 단독으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며 “아동들의 양육 책임을 노모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모습도 보여 개전의 정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피해 아동이 아버지의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과 관련해서는 “다른 친척의 종용일 가능성이 커 보여 유리한 양형 요소로 비중 있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아동들이 겪은 피해를 설명하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한편 계모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아이들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잊지 못할 상처를 줬다”며 “제가 엄마 자격은 없지만 아이들이 용서해 줄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친부 B씨는 “아이들한테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꼭 아이들에게 사죄하고 싶다.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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