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평균연령 36세, 평균연봉 2억원…근속연수가 흠이라는 '괴물기업'[궁금증연구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日 키엔스, 공장자동화 전문기업

평균연봉 3년차 1억·6년차 2억·9년차 3억

영업직 12시간 일할 때도 있지만 주말 휴식

아시아경제

키엔스의 회사 홍보 사진 [사진출처=키엔스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일본 매체 ‘프레지던트 온라인’은 3892곳 상장 기업을 상대로 평균 연봉 랭킹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간사이지방에 본사를 둔 658곳을 조사해 ‘간사이편 톱 200사’를 발표했다. 1위를 차지한 곳은 2279만엔(한화 2억원)인 키엔스(KEYENCE)라는 기업이다. 일본을 통틀어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M&A캐피탈파트너스(2688만엔, 2억4천만원)보다 4천여만원이 적을 뿐이다.

매체는 키엔스에 대해 "고객의 요구를 선점하는 기획 개발력·영업력에 정평이 나 있어 경이적인 이익율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순이익률 80%, 영업이익률 50%가 표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실적 연동형 급여체계로 돼 있어 순이익이 늘면 연봉도 올라간다"면서 "다만 평균 근속연수 12.1년에 불과하다"고 했다.

◆키엔스는 공장없는 자동화 전문기업
오사카에 본사를 둔 키엔스는 1974년 설립된 50년 역사를 갖고 있는 공장자동화 전문기업이다. 부문별로는 자동화(센서, 레이저 마킹기, 안전 기기)와 검사(머신 비전, 측정 시스템, 마이크로스코프, 코드 리더기) 등의 제품을 만든다. 이 회사는 공장이 없는 팹리스(fabless)경영을 하고 있다. 제품의 설계도만 개발하고, 제휴의 공장·제조 설비(타사)에 발주한다. 회사측은 "제조 위탁처를 다수 보유함으로써 강한 가격 협상력을 가지는 것에 더해, 토지 대나 인건비도 들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어떤 시황이라도 저렴하게 제품을 조달할 수 있다(원가율은 20% 정도)는 것이 높은 이익률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매출은 70억달러, 전 세계에 직원 1만580명을 두고 있다. 키엔스가 공개한 2022년도 실적을 보면 매출은 9224억엔(8조3천억원) 영업익 4989억엔(4조5천억원), 영업이익률은 54.1% 를 기록했다. 2013년 매출 2조원, 영업익 1조원을 기록했으니 10년 만에 매출은 7배, 영업이익은 4.5배가 증가했다. 이 기간 연봉 평균은 1억원이 증가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00원 팔아 500원 남기는 이익률 비결은
50%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의 비결은 앞서 팹리스경영과 함께 뛰어난 기획 개발력이 꼽힌다. 업계 최초나 세계 최초가 많다. 연구개발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영업맨이 고객으로부터 직접 요구를 듣는게 기획 개발력의 뒷받침이 되고 있다. 영업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상품을 파는 일반적인 영업과 달리 키엔스 영업맨은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고 애프터서비스 등 고객응대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를 받나
일본 채용플랫폼 탤런트스퀘어를 보면 키엔스의 평균 연봉(일본에서는 연수입이라는 용어를 씀) 2279만엔(평균 연령은 35.8세) 으로 공개되고 있다. 일본계 기업 중에서는 톱 클래스에 높은 수준이며, 외자계의 컨설팅이나 투자 은행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초임은 600-700만엔으로 우리나라 대기업 정도지만 3년차에는 1억이 넘어간다. 6년차에 2억원, 9년차에 3억원, 15년차 이상의 수석매니저·부장급은 실력에 따라 4억 이상을 받는다. 직종별 평균연봉은 영업직 2000만-2500만, 개발직 사무질 1800만-2300만, 사무직 1300만-1600만 등 1,2억원이 기본이다.

아시아경제

나카타 유 키엔스 대표이사 사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직원들 고혈짜내는 블랙기업(악덕기업)?
키엔스의 평균 연령의 38세인 것에 대해 일본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고강도 노동으로 혹사시켜 퇴사가 많은 것"이라면서 "블랙기업(악덕기업)이어서 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인터넷상이나 일부 보도에서는 "20대 1000만엔 넘어, 30대에서 집을 사고, 40대에 무덤이 세워진다"거나 "GPS로 사원을 감시한다"는 글이 돈다.

한 구직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면 "키엔스의 표준 근무 시간은 아침 8시부터 밤 20시까지 12시간이다. 일반적으로는 결코 화이트(정상기업)인 부류는 아니지만 심야 잔업이나 토일 출근은 거의 없고, 같은 정도의 연수입을 받고 있는 외자계의 컨설이나 투자 은행과 비교하면 노동 시간은 짧은 쪽 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평일은 아침 7시경부터 20·21시경까지 일하기 때문에 바쁘다"면서 "토일 출근은 별로 없기 때문에, 휴일은 신축성을 가지고 취미 등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2019년 도요게이자이(동양경제)온라인은 키엔스 전현직들을 인터뷰한 결과, 키엔스는 블랙기업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영업직들은 하루 12시간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말 휴식은 보장된다고 한다. 한 퇴직자는 "외부인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높은 연봉을 받고 있기 때문에 블랙기업이라는 고정 관념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했다. GPS로 직원들을 감시한다는 의혹과 관련, 키엔스측은 "자동차에 GPS는 있지만 노무관리를 위해 GPS를 영업용 차에 붙이거나 이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했다.

아시아경제

키엔스 주요 제품 [사진출처=키엔스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평균연령 36세 평균근속 12년은 퇴사가 많아서?
블랙기업 의혹의 하나가 평균연령 및 근속이 낮아서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대졸 신입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젊은 직원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기업 역사가 비교적 짧고 정년퇴직을 맞이하는 직원도 많다"고 했다. 2019년 기준 키엔스 임직원은 총 2388명. 그해에만 10% 수준인 25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3년 후 이직률은 2.4%라고 알려졌다.

한 퇴직자가 채용플랫폼에 쓴 글을 보면 신입 채용이 왜 많은가를 알려준다. 그는 "다이렉트 영업의 A부터 Z까지 배운다. 신입만 뽑는 이유는 키엔스만의 스타일로 만들기 위함"이라면서 "시간이 지나고 어느 회사를 가도 키엔스보다 빡센 곳은 없고 키엔스에서 하던 업무강도 10%정도만 해도 인정받고 에이스 소리 들으며 살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키엔스의 회사 홍보 사진 [사진출처=키엔스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단점에 대해서는 "일에 집중하고 메뉴얼대로 영업하며 자신의 능력을 늘려나가면 삶을 잃어버린다"면서 "남아있게 되면 어느정도 현실과 타협하며 고인물이 되고 7~8년차 되면 이직이 불가하다. 3~5년차가 이직하기 제일 좋다"고 했다. 이어 "최고의 단점은 키엔스라는 우물에 같혀 더 큰 그림을 볼수 없게 된다"고 했다.

한편 키엔스의 한국법인인 키엔스코리아는 2023년 매출 2945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 영업익 모두 한 자릿수대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20%수준. 잡코리아를 보면 대졸초임은 43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