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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강달러·고금리 뒤엔 美의 '나홀로 질주'…각국 통화정책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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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설치된 월스트리트 표지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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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덮친 강달러·고금리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그 배경엔 홀로 '경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미국이 있다. 소비·생산·고용이 모두 탄탄하고 미래 먹거리도 충분해 긴축 속도를 쉽게 줄이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처럼 금리ㆍ환율ㆍ물가 ‘3고(高)’ 압박이 거센 세계 주요국은 통화정책 '각자도생'에 나선 분위기다.

16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1월 전망 당시 2.1%에서 2.7%로 0.6%포인트 상향됐다. 주요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는 0.9%에서 0.8%로 내리막을 탔고, 한국(2.3%)·일본(0.9%)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내년도 비슷하다. 선진국 대부분의 성장률 전망치가 하락 또는 유지된 반면, 미국은 1.7%에서 1.9%로 올라갔다. 흔들리는 주변국과 달리 미국은 당분간 높은 성장세가 지속할 거란 분석이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NPR과의 인터뷰에서 "강력한 생산성과 노동 성장, 상당한 투자와 수요 측면의 강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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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미 경제 지표는 전방위로 고공행진 중이다. 2월 산업생산은 제조업·광업을 타고 전월보다 0.1% 증가했다. 3월 고용시장은 취업자 수 증가 폭 확대, 실업률 하락 등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0.7% 증가하면서 시장 전망치(0.3%)를 훌쩍 넘겼다. 미국 내 개인 가처분 소득은 꾸준히 늘면서 20조7000억 달러(2월 기준)까지 올라섰다. '여윳돈'이 코로나19 지원금 등이 풀렸던 2021년 초에 맞먹을 정도로 넉넉하다 보니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도 식지 않는 셈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 부진, 금융 시스템 불안 같은 취약점에도 팬데믹 때 풀린 지원금과 정부 지출 확대, 임금 인플레이션 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유연한 노동시장 덕에 기업 생산성도 좋아져 적어도 올해까지는 경제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성장까지 책임질 유망 산업을 확보한 것도 뜨거운 경기에 불을 붙인다. 미국은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부문 등을 주도하고 있다. 연방정부 재정 지원과 민간 기업 혁신이 결합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TSMC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도 보조금 등을 내세워 유치했다. 탈세계화와 미·중 갈등 속에 자국 중심의 첨단산업 공급망 구축에 가속을 붙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기술 혁신·고숙련 인재 유치 같은 생산성에서 우위에 섰다. 신생 테크 기업도 용이한 자본 조달 등을 바탕으로 첨단 부문에서 세계적 우위를 점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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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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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국 경제가 식지 않다 보니 물가 상승률도 3%대에서 쉽사리 내려오지 않는다. 한때 상반기에 무게가 실렸던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은 물가란 벽에 부딪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급선회한 게 대표적이다.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강달러도 심화하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 인덱스는 이번 주 106선을 넘어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고물가와 경기 침체, 통화 약세를 함께 맞닥뜨린 주변국은 각자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당장의 경기 침체 해소가 급한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자본 유출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빠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16일(현지시간) "큰 충격이 없다면 제한적 통화정책을 완화할 시기로 향하고 있다"면서 6월 인하에 힘을 실었다.

반면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 사이에 낀 한은은 사실상 하반기 이후로 '피벗'(통화정책 전환) 공을 넘긴 상태다. 환율 불안에 노출된 신흥국들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 속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움직임을 보며 금리를 유지하거나 내릴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가 여타 국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딜레마를 유발했다"고 전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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