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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매경의 창] 반도체 전쟁, 법률가도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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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뜨겁습니다. 포문은 반도체 종주국 미국이 열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첨단 반도체 기술의 중국 수출을 막았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반도체 과학법'을 제정합니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미국에 유치하기 위해 527억달러(약 73조원)의 지원금을 책정합니다.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 사업이 제약됩니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기술 탈취 이슈까지 발생하자 칼을 뽑은 것입니다.

반도체는 사람의 두뇌이자 심장과 같습니다. 최첨단 무기부터 일상 전자제품까지 모든 곳에 반도체가 있습니다. 0과 1의 전자 스위치가 인간의 삶을 좌우합니다. 우주선, 미사일, 항공기, 자동차, 휴대폰, 보청기까지 반도체가 없으면 작동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반도체 공급이 막혀 자동차 생산이 큰 차질을 빚자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경제의 주춧돌로 인식됩니다. 애초에 반도체는 포탄과 핵미사일의 명중률을 높이는 연산 장치로 고안됐습니다. 반도체 제조공정에는 수많은 화학물질과 엄청난 물과 전력이 소요됩니다. 반도체 설계는 미국과 영국, 소재·장비는 일본과 미국·유럽연합(EU), 제조는 한국과 대만이 주도권을 잡고 있습니다.

반도체 주권을 확보하려는 각국의 노력도 치열합니다. EU는 자체 생산 기반을 갖추려고 2023년 '유럽 반도체법'을 도입합니다. 430억유로를 투자하고, 환경평가나 인허가 시 패스트트랙 혜택을 줍니다. 긴급 시엔 부정적 환경평가에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중국도 미국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2020년 수출통제법을 만들어 희토류 등의 수출을 통제하고 보복 조치를 허용합니다. 기술과 인재도 끊임없이 확보합니다.

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다가 쇠락한 일본은 자체 완결주의를 포기하고 대만의 세계적 제조기업 TSMC의 일본 생산공장을 유치했습니다. 10조원 넘는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2022년에는 '경제안전보장 추진법'을 제정해 반도체·배터리 같은 중요 물자의 공급 확보책을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최근 방문했던 베트남도 반도체 산업을 위해 총력을 기울입니다. 5만 인재 양병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기적같이 달성한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지키기 위해 애씁니다. 아직 시스템 반도체 제조 역량은 대만 TSMC에 뒤졌고, 설계 역량은 미국보다 한참 미흡합니다. 이에 2022년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도입했습니다. 첨단산업을 신속히 키울 수 있도록 특례 규정을 두고 특성화 대학도 마련합니다.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도 제정했습니다. 기업의 정식 사내 대학원을 허용하고, 해외 인재 유치 방안도 마련합니다. 조세특례법 개정으로 투자 혜택을 늘리는 방안 외에 국가 보조금도 논의됩니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이기려면 온 국민이 나서야 합니다. 이공계 최고 인재를 길러내는 한편 해외 인재도 확보해야 합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처럼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긴 호흡으로 투자할 수 있게 경영진에 대한 장기 인센티브 제도도 고안해야 합니다. 고도의 설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창의력과 입체적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도 필요합니다. 과감하게 도전하고 모험할 수 있도록 실패와 사고가 있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갖춰야 합니다. 우리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수사와 재판 시스템을 정비하고 합리적 보상체계도 마련돼야 합니다. 미국·일본·EU 정부와 반도체 기업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명민한 협력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기업, 정부, 대학, 금융기관, 로펌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런 노력을 뒷받침할 법을 제때 만들고 제대로 시행하도록 행동할 책무가 법률가에게 있습니다.

[봉욱 전 대검 차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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