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에 상임위 배분 방식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민주화 이후 원 구성 협상은 의석수를 기준으로 상임위원장을 나눠왔다. 다수결에 의해서만 국회 운영이 이뤄지면 승자독식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함께 반영돼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특히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체계·자구 심사권을 통해 법안 처리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법사위원장은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원내 2당이 맡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은 뒤로 입법을 지연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안 되는 수준으로 만들어 놨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 구성이 어떻게 이뤄질지 예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175석을 준 것이 국회를 장악해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에도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했던 전례가 있다. 이후 민주당이 주요 법안들을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다수당의 횡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동안 민주당은 대통령실을 향해 “협치와 상생이 실종됐다”며 공세를 펼쳐왔다. 하지만 민주당 역시 국정 운영의 중요한 한 축이자 원내 다수당으로서 협치를 주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소수 여당이라고 하더라도 국회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주요 상임위들을 거대 야당이 독식하겠다고 하는 것은 협치에 반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국회를 자기 뜻대로만 운영하려 한다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오만과 독선’이라고 비판했던 것이 민주당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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