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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단독]해병대 사령관·사단장, 비화폰으로 수차례 통화…추가 검증은 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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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2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발언대에 나와 모두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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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기간에 ‘비화폰(안보전화·도청방지 휴대전화)’을 사용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사령관은 임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해 이른바 ‘VIP(윤석열 대통령을 지칭) 격노 발언’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말한 것으로 지목되는 등 수사 외압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두 사람의 통화가 수사단의 초동수사결과 발표가 있던 때에 이뤄진 것으로 밝혀져 ‘윗선 외압 의혹’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 사령관은 자신의 비화폰으로 임 전 사단장과 수차례 통화했다. 지난해 7월29일 2건, 8월1일 4건이다. 박 대령 측은 해병대 수사단이 국방부에 초동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7월30일 전후로 잦은 통화가 있었던 사실에 주목한다. 박 대령 측 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통상 작전상황을 공유하는 비화폰의 사용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해병대 수사단이 초동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7월30일 무렵 전후로 여러 통화를 주고 받은 정황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해당 비화폰 내역은 박 대령 항명 사건을 수사하던 국방부 검찰단(군 검찰)이 지난해 8월 무렵 김 사령관으로부터 비화폰 통화 및 메시지 화면을 촬영한 사진을 임의제출 받으면서 확보됐다. 군 검찰은 비화폰에 대한 포렌식을 시도했지만 비화폰이 ‘데이터 반출 불가 목적으로 제작된 휴대전화’여서 포렌식 분석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김 사령관이 임의제출한 자료에는 임 전 사단장과의 통화 외에도 일반통화·메시지 기록 화면과 보안UC어플리케이션(보안UC앱)을 이용한 통화·메시지 목록 화면이 포함됐다. 군 검찰이 지난해 8월에 작성한 수사보고를 보면 김 사령관 비화폰의 지난해 7월28일부터 8월3일까지 일반 통화 내역은 0건었다. 반면 총 14건의 보안통화와 65건의 보안문자 내역이 확인됐다. 군 검찰은 이 보안통화 및 문자 내역에 대해 ‘해병대 소속 인원 외에 통화한 내역은 없다’고 했다. 윗선인 국방부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없었다는 것이다.

박 대령 측은 채 상병 사건 의혹이 불거질 무렵 김 사령관의 비화폰 통화 내역이 중요한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박 대령 항명 재판이 열리는 중앙군사법원을 통해 통신3사에 지난해 7월28일부터 8월9일까지의 통신내역조회 회신을 요청했으나 통신 3사로부터 ‘김 사령관 비화폰과 관련한 통화 내역이 조회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회신만 받았다.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이 보안UC앱을 사용해 통화를 주고 받은 탓에 통신3사의 조회에 잡히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김 사령관이 비화폰으로 국방부나 대통령실과 통화한 정황이 있는지에 대한 추가 검증은 어려워졌다. 박 대령 측 변호인인 정관영 변호사는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질 시점에 굳이 비화폰 보안앱을 이용해 통화했다면 상대방과 당연히 민감한 내용을 나누지 않았겠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며 “다만 김 사령관이 이 통화 내역을 일부라도 지웠다면 현재로서는 그것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군 검찰 측에 ‘비화폰 내 통화기록, 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삭제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비화폰의 경우 대부분 지휘통제팀장의 보고를 받는 용도로 사용했을 뿐 자주 사용하는 편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임 전 사단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로 연락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그간 언론에 “이 사건 사망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이 주장하는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은 어느 것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위 다수 법조인의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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