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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쪼개기 대출·깜깜이 투자…새마을금고를 어찌할꼬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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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 전후 논란이 증폭된 금융기관이 있다. 새마을금고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당선인이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새마을금고로부터 편법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양 당선인은 2020년 11월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31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업체로부터 5억8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5개월 후인 2021년 4월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원을 ‘사업운전자금’ 명목으로 대출받았다. 그런데 이 돈은 사업운전자금으로 쓰이지 않고 대부업체에 빌린 돈을 갚는 데 쓰였다. 사업자 용도로 받은 대출금을 사실상 아파트 매입 자금으로 썼다는 말이다. 일명 ‘작업 대출’이다. 부동산 규제가 심해지자 개인이 사업자인 척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자금에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양문석 후보 새마을금고 편법 대출 논란은 선거 기간 내내 쟁점이 됐고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해당 지점(대구 수성새마을금고)을 최근 내부 조사해 사문서 위조 혐의로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눈길 끄는 대목은 해당 지점이 중앙회 경영실태평가에서 지난해 말 기준 종합등급 2등급을 받은 ‘우량금고’였다는 점. 석연찮은 점이 많다 보니 아예 새마을금고 자체가 정부로부터 전방위 감사를 받게 됐다. 특히 이번 감사는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외에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협업해 실시하는 정부합동감사라 이전과 무게감이 다르다.

조사 과정에서 새마을금고의 ‘깜깜이 공시’ ‘부실 감사’ 의혹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출 브로커가 등장해 지역 단위 새마을금고를 돌며 ‘쪼개기 대출’을 했다는 정황도 속속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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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정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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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어떤 곳

새마을운동 지원 단체가 금융사로

새마을금고는 박정희정부 시절 새마을운동을 근간으로 계, 두레 등 지역민 간의 사(私)금융을 제도권에 두고자 발족됐다. 새마을금고는 1963년 산청군 생초면 하둔마을의 하둔마을금고 등 5개의 금고를 효시로 본다. 제도권으로 들어온 때는 1972년이다. 당시 ‘사금융 양성화 3법’에 근거해 법인 설립에 착수했고, 1973년 새마을금고연합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1982년 ‘마을금고를 새마을 이념 실천조직’으로 정의한 ‘새마을금고법’이 제정됐다. 이때 법적 명칭이 ‘마을금고’에서 ‘새마을금고’로 바뀌었다. 이 법 아래 감독권은 재무부에서 내무부(현 행정안전부)로 이관하고 설립 인가권, 제재권, 청산권 등 종합적인 통제를 받게 했다.

주요 조직으로 새마을금고중앙회 산하 전국 지역 단위 금고가 자리하고 금고는 신용(제2금융권), 공제 업무 등을 관장한다. 자회사로는 새마을금고복지회, MG자산관리, MG신용정보, MG데이터시스템 등이 있다. 전국 단위 지점 수 1294개, 회원 수 2262만명, 총자산은 약 284조원(2022년 기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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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부실 문제를 적극 들여다보겠다는 이복현 금감원장(좌)과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우). (연합뉴스·새마을금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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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부실 논란

“곧 문 닫을라” 지역 금고 뱅크런도

16년 만에 새마을금고중앙회 임직원 성과급 ‘0’.

지난해 실적 악화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매년 초 임직원에게 지급하던 성과급을 올해는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앙회는 지난해 적자로 전환, 당기순손실만 2501억원을 기록했다. 중앙회가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공시를 시작한 2014년 이후 최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 여파의 결과다. 이를 감안해 대손충당금을 4437억원이나 쌓으면서 적자를 냈다. 직전 해 대손충당금 395억원 대비 1023% 급증한 수치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지역 단위 금고에서 잇따른 부실과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에서 600억원대 부실 대출 의혹이 일었다. 그러자 이 지점에 돈을 맡긴 고객들이 동요했다. 이런 와중에 인근 화도새마을금고와 합병이 결정됐다. 그러자 지점이 망했다고 보고 예금 인출 사태, 일명 뱅크런이 발생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위기설 진화에 나서면서 사태는 잠시 진정됐다.

그런데 8월에 또 악재가 터졌다.

검찰은 ‘새마을금고중앙회 비리 의혹’ 관련, 이 시기에 42명을 고소했다.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대표, 류혁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등 중앙회 핵심 임직원 12명도 포함됐다. 죄목도 금품 수수, 부정 대출, 특가법상 배임 등이다. 게다가 2023년 기준 전국 1288곳 새마을금고 가운데 적자 금고가 431곳으로 전년 대비 10배가량 급증한 점도 소비자 불신을 증폭시켰다.

이 밖에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새마을금고 난맥상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공공연한 ‘쪼개기 대출’ 때문에 전국적인 부실로 번진 사례가 다수였다. 코로나19 기간 지역 건설 붐이 일자 뒤늦게 대구 지역 금고 12곳이 지역 건설사 다인건설에 중도금 대출을 해줬다. 그런데 2022년부터 PF 부실 등으로 전국적인 자금난이 발생하자 지역 금고 위기설이 확산됐다. 대구 일대 금고 연체율은 함께 상승했다.

이런 동반 부실 현상이 왜 일어났을까.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각 지역 금고의 동일인 대출 한도는 50억원이다. 그런데 새마을금고 일부 지점의 경우 대형 부동산 PF에 참여하기 위해 다른 지점과 공동대출하는 방법을 썼다. 그러다 부실이 발생하면 모두가 위태로워지는 식이다.

비단 대구뿐 아니다. 용인시 성복지구 주택 개발 사업, 부산 기장군 관광단지 조성 사업도 ‘쪼개기 대출’로 시끄러웠다. 특히 용인시 성복지구 주택 개발 사업은 A사가 전혀 이 지역과 관계없는 전북 익산시 원광새마을금고 등 여러 새마을금고에서 수백억원의 담보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이곳은 인허가가 반려됐고 반려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용인시청을 상대로 수년에 걸쳐 하고 있지만 결국 모두 패소했다. 이처럼 개발이 불가한 토지를 담보로 새마을금고가 대출해주면서 새마을금고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김웅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새마을금고가 동일인 대출 한도·권역 내 대출 규정 위반 의혹이 있다”며 “여러 금고가 모여 공동대출할 경우 주관 금고를 사업지 인접한 곳(50㎞)에 둘 것, 대출금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각 금고별로 현장실사 실시, 중앙회 심사 대상으로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 변경된 심사 규정을 모두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일부 사업장은 새마을금고가 초기에 대출 만기 연장을 불허했지만 뒤늦게 강행한 정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경기 용인시에 개발 예정이었던 49층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프로젝트에 전북 전주, 울산 등 전국 곳곳의 새마을금고 8곳이 360억원의 대출을 내준 사례도 있다. 이 사업 역시 지연되면서 대출금 상환을 못해 토지가 공매 처분 위기에 처해 있다. 부산 기장군에서 진행 중인 관광단지 조성 사업에는 전국 새마을금고 30개 지점이 1000억원대 쪼개기 대출을 해줬는데 역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권역이 달라 부동산 PF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데도 무리하게 쪼개기 대출을 감행해 결국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국정감사 당시 지적 사항에 대해 중앙회 측은 “중앙회가 전국 단위 금고들이 모여 대출을 하는 것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단위 금고들은 모두 각각의 ‘독립체’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중앙회의 유일한 권한인 검사권을 발동할 수 없기 때문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답변만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중앙회 차원에서 투자한 대체 투자 실적도 낙제점이다.

새마을금고는 해외 대체 투자를 늘리기 위해 베스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베스타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8호)에 KB증권 등과 함께 LP(재무적투자자)로 참여했다. 이 운용사는 2018년 영국 런던 소재 오피스 빌딩을 2억6700만파운드(약 4400억원)에 매입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 악화 여파로 시장이 침체되면서 지난해 결국 1억5000만파운드(약 2500억원) 정도에 팔았다. 펀드 손해액만 19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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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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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부실 원인 무엇?

지역 금고 이사장 사실상 종신 고용

새마을금고 난맥상의 원인은 크게 지배구조, 부족한 전문성(심사 능력), 관리 감독 소홀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지배구조 문제부터 짚어보자.

새마을금고에는 중앙회가 있다. 그런데 이 조직 수장은 전국 단위 금고 이사장의 투표로 선임된다. 그러니 중앙회장은 유권자인 각 지방 금고 이사장을 ‘모셔야’ 한다. 각 이사장은 실은 지역 유지이자 실세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이사장은 금고업무 총괄, 직원 인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임기 4년에 3연임이 가능하다. 통상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거의 연임 이상을 한다.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면 이사장을 마친 후에도 상근이사로 사실상 종신 근무하는 이도 상당수다. 그러다 보니 특정 사업에 이사장 입김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공익 제보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외부 의견도 있지만 사실상 금고를 장악한 고위층, 그것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경영진에 일반 직원이 반기를 들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각 지역 금고의 기형적인 조직 체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웅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새마을금고 임직원 2만8891명 가운데 임원은 1만3689명에 달한다. 정규직 직원이 1만5202명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100명당 임원이 85명인 셈이다. 새마을금고와 임직원 수가 비슷한 KB금융(2022년 말 기준 2만8101명)의 임원은 0.14%로 47%인 새마을금고와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런 의사 결정 구조 아래 과연 대출 심사 전문성이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이 인다. 시중은행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은 무조건 본사 심사팀에서 중복 심사를 하게 돼 있다. 새마을금고 역시 일부 시스템이 비슷하게 갖춰져 있기는 하지만 지역 금고 차원에서 깜깜이 대출을 한다 해도 중앙회가 “이래라 저래라” 하기 힘든 구조다.

김웅 의원은 “1294개 금고가 개별적 의사 결정을 하고, 이사회도 금고별로 필요해 임원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게 금고 측 설명이나, 일반 직원 수와 맞먹는 임원이 있는 조직의 실무 역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지적”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한 지점에서 10~20년 근무하는 직원이 많다 보니 횡령·비리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새마을금고 임직원 횡령 사건은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7년간 95건, 피해액은 643억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관리 감독이라도 강화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찬찬히 따져보면 이마저도 구조적으로 잘 작동하지 못한다. 새마을금고가 주로 하는 업무는 금융 사업이지만 주무부처는 행정안전부다. 과거 새마을금고법 제정 당시 재무부에서 내무부로 바뀌었던 역사가 지금껏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 사고 조짐이 있어도 사전, 사후 조치가 금융감독당국 산하 기관 대비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감독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국정감사 기간 단골 코멘트다.

대안은 뭘까

주무부처 이관 목소리 높아

이런 이유로 최근 다시 새마을금고 주무부처를 이관하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양문석 당선인 의혹 사건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자 행안부와 중앙회, 금감원이 역사상 처음으로 종합감사를 하면서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금감원도 계속되는 부실 의혹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동산 규제를 우회하거나 뛰어넘으면서 불법적인 방식으로 자산을 취득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금융사도 급하게 이익을 취하고자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제재를 받거나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자체적으로 혁신을 추구하고 있기는 하다. 자체적으로 감사 기능을 강화(리스크관리 최고책임자 신설)하고 회장 선거도 직선제로 바꿨다. 또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부를 현행 회장, 전무이사, 지도이사, 신용공제 대표이사 등 4자 체제에서 회장, 경영 대표이사, 신용공제 대표이사 3자 체제로 재편하려는 개정안도 나왔다. 이를 통해 회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인사권 등은 경영 대표이사에게 분산하는 식으로 지배구조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변수는 국회법 통과다. 21대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여야 국회의원 발의가 이어졌지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내부 반발 여론도 꽤 있어 무작정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한 의원실 관계자는 “각 지역 유지가 마을금고 이사장들인데 지역구 국회의원이 이들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동안 수차례 감독당국 이관 문제, 중앙회 복수 심사, 감사 강화 등의 안건이 나와도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이유가 변화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지역 금고 이사장들 목소리를 못 들은 척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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