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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기자수첩]알리·테무의 공습, 두려워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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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직구앱 초저가 공세

국내 유통업계 경쟁 '메기'

소비자 보호·공정 가치는 감시

아시아경제

중국 e커머스 플랫폼(C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초저가'를 무기로 본격적인 국내 시장공략에 나서면서 유통업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더해 국내 마케팅까지 확대하면서 알리와 테무의 앱 월간 이용자 수는 이미 토종 e커머스인 11번가와 G마켓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쯤 되자 C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규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커머스 업체들이 소비자 보호 의무를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산업부는 전담팀까지 꾸렸다.

C커머스 등장은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똑같은 제품을 국내 유통업체가 수입할 때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어서다. C커머스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펼치는 국내 유통업계 할인전도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국내 입점업체도 C커머스가 매력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알리가 국내 입점사 전용 판매채널인 '케이베뉴' 입점사에 입점·판매수수료를 오는 6월까지 받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알리에서 판매된 상품의 수익이 온전히 판매사의 몫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C커머스가 등장한 후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알리가 국내 시장에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2주 뒤, 쿠팡은 2배 규모인 3조원을 투입해 전 국민 대상 로켓배송이 가능하도록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다른 e커머스와 대형마트들도 'C커머스 타도'를 위해 잇따라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고, 할인전을 펼치고 있다.C커머스가 침체된 국내 유통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는 '메기'의 역할을 한 것이다.

다만, 경쟁을 하면서 메기가 물을 흐리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정된 법이라는 테두리와 공정이라는 가치는 지켜야 한다.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장신구에서 기준 이상의 발암물질이 발견됐고, 교환·환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이 접수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고 국내에서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C커머스 업체들도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문제가 된 상품의 판매를 즉시 중단하고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커머스 플랫폼과 경쟁을 유도하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경쟁을 유발해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되,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시장의 물을 흐린다면 단호한 대처를 해야 할 것이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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