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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ICTK, 해킹 불가 ‘반도체 지문’ 기술 독보적 [IPO 기업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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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ICTK


보안칩 팹리스 기업 ICTK가 코스닥 상장에 나선다. 자체 개발한 물리적 복제 방지(퍼프·PUF) 기술을 통해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회사다. 해킹 기술이 발전할수록 시장 수요가 늘어나며 고객사도 점차 확대되는 중이다. ICTK는 이번 상장으로 장기 성장의 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매경이코노미

ICTK가 설계한 반도체 웨이퍼와 보안칩 G1·G3·G5 제품 이미지. (ICTK 제공)


한 번 구축하면 15년 보장

글로벌 고객사 확대 중

퍼프는 사용자와 기기, 데이터의 기본 요소가 되는 기술로, ‘반도체 지문’이라 불린다. 인간이 홍채나 지문 등 생체 정보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하듯, 기기도 반도체 특성을 활용해 고유 ID를 부여하는 기술이다. 반도체 생산 공정상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제품 간 오차를 활용하기 때문에 해킹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전 세계 유수의 반도체 전문 기업도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이 기술을 안정화해 양산까지 하는 팹리스 업체는 ICTK를 포함해 최근 시놉시스가 인수한 인트린직ID와 대만의 이메모리 등 전 세계 3곳뿐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ICTK의 원천 기술은 산학협동으로 이뤄졌다. 2010년부터 한양대 보안 분야 전문가인 김동규·최병덕 교수팀과 공동 연구해 퍼프 기반 전자지문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후 ICTK가 기술을 이전해왔고, 함께 기술을 발명한 교수들의 1호 제자들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회사의 주축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기술에 눈독을 들인 기업도 여럿이다. LG유플러스가 대표적이다. ICTK는 2018년부터 이 기술을 적용한 유심을 개발해 LG유플러스 무선 공유기에 적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퍼프와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을 적용한 가상 사설망(VPN) 솔루션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한국전력의 지능형 전력 시스템(AMI)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계약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계약은 ICTK와 비교해 몸집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경쟁사들과 경쟁 끝에 따낸 수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객사를 한 번 확보하면 장기간 꾸준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협력 확대는 의미가 크다. 퍼프 기반 인증 인프라는 고객사의 예민한 고유 키(Key)값을 공유하므로 한 번 구축하면 쉽게 바꿀 수 없으며, 최소 15년은 보안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파두 쇼크’ 이후 기술특례상장 심사 문턱이 높아졌다는 평가에도 ICTK가 비교적 빠르게 심사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확실하고 다각화된 고객사가 보장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ICTK는 지난해 10월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지난 2월 최종 승인을 받았다. 최근 기술성 평가를 통한 특례상장의 경우 심사에만 6개월을 훌쩍 넘기는 사례가 속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단기간에 승인까지 진행된 셈이다.

ICTK 관계자는 “한 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2~3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인증을 받는 데도 칩마다 5억~10억원 정도 비용이 들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업체와 계약하면 최소 15년은 공급이 보장된다”며 “심사 과정에서 계약서를 면밀히 검토했고 고객사가 다양하다는 점을 인정받아 승인이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든든한 지원군 눈길

기술특례 우려 떨칠까

기술특례상장을 택한 만큼 실적 추정치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존재한다. ICTK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 62억원, 영업손실 24억원을 기록했다. 아직까지 흑자전환을 이뤄내지 못한 것. 매출이 발생한 것도 2022년이 처음이다.

회사는 올해까지 적자가 이어지고 내년부터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ICTK는 올해 매출 83억원과 영업손실 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매출 190억원과 영업이익 64억원, 2026년에는 매출 310억원과 영업이익 157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예상했다. 매출이 약 90억원을 기록하면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한다는 것이 회사 측 전망이다.

ICTK도 기술특례상장을 향한 투자자 우려를 알고 있다. 단, 파두의 상장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이 ICTK 상장을 주관하기 때문에 더욱 꼼꼼한 검증을 거쳤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관사뿐 아니라 금융당국에서도 이중으로 검증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회사의 주요 투자사인 UTC인베스트먼트가 2014년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10년간 투자를 이어온 점도 회사가 강조하는 내용이다. UTC인베스트먼트는 10년간 총 6개 펀드를 통해 170억원가량을 ICTK에 투자했다. ICTK 관계자는 “UTC인베스트먼트가 1년의 고민 끝에 처음 투자를 결정한 뒤, 8년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도 회사를 믿고 뚝심 있게 투자했다”며 “이처럼 여러 투자자와 고객사 등 지원군이 많다는 점이 ICTK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ICTK는 오는 4월 24~30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5월 7~8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상장에서 총 197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며, 회사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는 1만3000~1만60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1707억~2101억원이다. 3년의 의무 보호예수를 설정한 이정원 ICTK 대표를 비롯해 주요 주주들의 67%가 상장 후 1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뷰 | 이정원 ICTK 대표
“5년 내 조 단위 몸값 목표”
매경이코노미

이정원 ICTK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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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ICTK 대표(48)는 “5년 내 조 단위 기업가치가 목표”라고 내걸었다. 이번 IPO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는 2000억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성장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는 설명이다.

Q. 회사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A. 하버드대에서 학·석사 과정을 거쳤는데, 미국이 최강국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 중 큰 축은 지속적인 신기술 개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신기술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지 계속해서 생각했다. 한창 고민하던 2012년에 당시 ICTK 대표가 합류를 권했고, 같이 원천 기술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보자는 제안에 마음이 열렸다. 현재도 전임 대표 두 분이 회사의 중책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Q. 8년이나 매출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A.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사라지는 업체가 많다. 퍼프라는 기술도 당시에는 생소한 개념이었기 때문에 시장이 언제 열릴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당초 4~5년 정도면 적당한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지만 오래 함께한 투자사들이 믿어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Q. 공모자금은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A. 그동안 개발자들이 1인 2역을 하느라 힘들었다. 고객사가 늘며 제품군이 확대되다 보니 칩을 여러 개씩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공모자금으로 개발자를 충원하고 해외 영업도 동시에 확대할 생각이다. 지금은 고객의 주문에 맞춰 제품군을 늘려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충분한 제품을 개발해놓고 고객사가 골라갈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할 계획이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A. 모든 통신기기의 안전은 ICTK의 기술에서 출발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들의 삶이 안전하기를 바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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