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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첫 만남, 이제 협치는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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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9일 전화 통화를 하고 다음 주 중 만나기로 했다. 두 사람의 통화는 2022년 8월 이 대표 취임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며 “일단 만나서 소통을 시작하고 앞으로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자”고 했다. 이 대표도 “마음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저희가 대통령 하는 일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나자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도 윤 대통령과 단독 회동이 아니면 하지 않겠다고 해왔다. 늦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장동 등 7개 사건에 10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칫하면 피의자와 정치적 ‘거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갖고 사실상 국회를 장악한 다수당의 대표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4년간 바뀔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과 협치하지 않고서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자체가 어렵다.

두 사람이 풀어야 할 국정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 파행 사태부터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야 한다. 고물가, 고금리에 고통받는 국민을 위한 민생 대책도 필요하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피할 수 없는 노동·연금·교육·규제 개혁에 대해서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 개혁들은 민주당 협조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의혹을 제기하는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문제에 대해서도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 대표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바란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갈등 속에 국익을 지키고 북한 핵 위협에도 대처해야 한다. 특히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우리 안보와 경제에 격랑이 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도 안보와 경제는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

두 사람의 만남이 성과를 거두려면 한발씩 양보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승리하자마자 양곡법,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등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들만 골라 다시 국회에서 통과시킬 태세다.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는 각종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국회 17개 상임위도 모두 독식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협치를 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다.

당분간 정쟁을 유발하는 일들은 서로 멈춰야 한다. 이 대표는 다수당 대표로 국정 운영에 연대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선거 참패 후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소통하겠다”고 했다. 당장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총리 인선 등을 놓고 두 사람이 의견을 나눠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잘되면 윤 대통령의 오만 불통 평가도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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