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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얼마까지 보고 오셨어요?” 중고차 업계 생존 위해 변화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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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예약한 차량. 중고차 매매는 주로 인터넷이나 전화 등의 예약을 통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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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중고차 업계 진출이 시작된 지 반년쯤 지나면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 먼저 진출한 현대기아자동차가 고객 대상 혜택을 확대하며 수요 확대에 나서자 기존 업체들도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서 서비스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기존 중고차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완성차 업계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과거 잘못된 관행을 이어와선 안 된다는 분위기로, 변화의 이면에는 생존이란 위기감이 담겼다.

그도 그럴 것이 중고차 매매상은 과거 안 좋은 인식이 컸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에서 고객을 기만하고 심지어 구매를 강요해 목숨까지 빼앗는 등 범죄까지 저지른 바 있다.

지난주 세계일보가 둘러본 중고차 시장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생업에 열중인 모습이었다.

앞선 16일 세계일보는 인천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아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중고차 업체 K카와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판매상 2곳에서 차량 구매 상담과 응대, 분위기 등을 살펴봤다.

그 결과 과거 인터넷 등에서 소문으로 들리는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다. 또 고객을 기만하는 등의 행위도 없었다.

먼저 K카의 경우 평일임에도 바쁜 모습이었다. K카를 비롯한 매매단지는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시간을 정해 방문했지만 판매사원이 다른 구매 상담을 거의 동시에 잡아 차량에 대한 온전한 설명은 듣기 어려웠다.

다만 기자가 고른 차량은 짧은 주행거리에 1인 소유 무사고 차량인 터라 많은 설명이 필요하진 않았다. 또 최종 구매 계약 시 3일간 차를 시운전할 수 있어 차량의 상태 등을 구매자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할 거로 보였다.

특히 자동차관리법 제58조제1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12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해 중고차 판매시 반드시 성능검사가 뒤따라 과거처럼 고객을 기만하는 일은 없다. 이는 K카뿐 아니라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중고차 매매상도 같다.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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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매매단지 내 성능검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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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성능검사는 개인 소비자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범퍼 등의 소모품이면 교환을 하더라도 ‘무사고 차량’이 된다. 사고나 교환으로 분류되는 차량은 체결부(블트 등으로 마감된 곳)의 교환 또는 사고로 교체된 차량이다. 이점 역시 K카나 개인사업자 모두 동일하다.

또 허위 매물도 사라졌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예약한 차량을 매매단지에서 볼 수 있었다.

또 가격도 인터넷에서 확인 한 그대로였다. 개인 매매상의 경우 소셜미디어(SNS)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과거 매매단지를 찾은 예비 구매자에게 “얼마까지 보고 오셨어요?”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게 중고차 딜러(판매사원)의 설명이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딜러는 “요즘은 인터넷으로 차량 판매가 이뤄지다 보니 가격 흥정도 줄었다”면서 “개인 판매상의 경우 직원이 받는 수수료 일부에서 조금 더 차감하거나 서비스 품목(틴팅 등)으로 협의한다. 다만 그 폭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업계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정식 판매사원으로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중고차 판매업에 정식 등록된 직원인 만큼 고객에게 친절한 설명, 사기나 고장 등의 각종 리스크 관리방법, 차량 유지 방법, 이의제기 등의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또 여성 딜러의 활동도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다. 자동차 업계는 주로 남성들이 활동하는 영역이라 남성이 주를 이루는데 여성 판매사원도 있다는 점이 생소하면서도 놀라웠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한 여성 딜러는 “중고차 업계에 뛰어든 지 5년째 접어들었다”며 “초창기에는 여성이 나 혼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커뮤니티를 보니 ‘덩치 크고 험악한 인상의 문신남(자)만 있을 거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봤다”면서 “남성들이 많다 보니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모두 생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가 만난 딜러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생존”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고차 업계에 대해 좋지 못한 인식은 이들도 잘 알고 있다. 이에 “변화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같은 차를 같은 가격에 구매한다면 사후 처리를 위해서라도 현대기아의 인증 중고차를 구매하거나 K카 등 대기업 플랫폼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 매매상에게는 가장 큰 걸림돌로 딜러들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차량 가격 현실화 △사후 관리 서비스 △구매계약 지원 및 탁송 편의 제공 등을 더 신경 쓴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한 딜러는 “차를 구매하기 위해 오신 분들에게 불친절하면 누가 구매하겠나”라면서 “과거부터 좋지 않았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이점은 중고차 판매를 생업으로 하는 이들 다수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협박이나 구매 강요를 당한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면서 “(중고차) 협회에 등록된 정식 딜러와 구매계약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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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매매단지 출입구에 경찰이 상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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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인허가받은 대부분의 자동차매매상사의 정식 딜러와 계약서를 통해 거래를 진행하면 번거로운 절차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관리법상 1개월 2000Km 주행거리 이내 엔진, 미션 등 주요 성능에 대한 문제 발생 시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판매자의 중대한 귀책 시 차량 대금 환불도 가능하다.

즉 일반 소비자가 걱정하는 대부분은 법적 테두리에서 보호받을 수 있음에도 중고차라는 막연한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한 탓이 큰 것이다.

다만 인터넷 광고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파격적인 매물은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차 가격이 1억 5000만원이 넘는 포르쉐가 단돈 1000만원에 매물로 올라왔다면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

전문 딜러는 “차량 가격이 싸다고 해서 구매하면 큰 낭패를 볼 것”이라며 “이런 차량은 사고나 침수, 기타 하자가 있는 차량이다. 정상적인 차라면 절대 싼 가격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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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매매단지에 입점한 개인사업자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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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고차 거래에서 도움이 필요한 경우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민원센터를 활용하면 된다.

글·사진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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