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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중국 '추종'만 하다 한국 허 찔린다"…배터리 전문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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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 한국인 연구자 6인 "중국과 협력 모색하며 기술자강으로 우위 점해야"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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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R&D투자와 인력 양성으로 이미 중국이 반도체와 수소 등 일부를 제외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대부분 한국을 앞서고 있다는 중국 현지 우리 연구자들의 진단이 나왔다. 상황을 인정하고 대응하는 한편, 강점이 있는 분야에선 기술 우위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KOSTEC)는 19일 오전 베이징 포스코센터에서 '중국 첨단기술 경쟁력과 미래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서행아 KOSTEC 센터장과 중국 대학에서 연구 중인 한국인 교수 5인이 나서 분야별로 중국 기술 현황을 진단하고 한국과 경쟁, 혹은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주중대사관에서는 이진수 과학기술정보통신관이 참석해 격려했다.

서 센터장은 "중국 과학기술의 강점은 한국과 달리 대규모 자금동원이 가능하며, 과학기술 인재가 다수 육성되고 있으며, 산학연이 고가의 인프라를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이라며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 기후변화나 환경, 농업 등 영역을 활용해 중국과 교류하는 한편 기술자강을 통해 우리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1. "중국 반도체 내수시장 공략, '반격차' 전략 유효"

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과 교수는 "중국과 반도체 기술 격차가 3년이냐 5년이냐는 질문은 이제 수명을 다 했다"며 "중국 반도체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 반도체 시장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고 있느냐를 먼저 봐야 하며, 중국 내 범용 반도체 시장 공략에선 '초격차'보다 '반격차'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목표는 삼성이나 인텔을 이기는 게 끝이 아니라, 중국 내 어마어마한 반도체 수요 중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절반을 국산화하는 것"이라며 "석유 수입액보다 많은 반도체 수입액 문제를 극복하자는 게 중국 반도체 산업 전력투구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반도체 시장의 강점은 수직계열화다. 이 교수는 "중국 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가 한국의 열 배가 넘는 3500여개 정도 가동되고 있는데, 체질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역량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회로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ISSCC 학회에서 20년 전만 해도 중국 논문은 연 1회 정도 나왔는데 이제 어느새 중국 논문 건수가 압도적 세계 1위"라고 말했다.

한중 간 경쟁이 격화하고 미중 갈등도 여전하지만 소규모라도 중국과 반도체 관련 협력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중국 반도체가 꼭 필요한 유럽 국가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미중갈등에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며 "미중 관계가 개선된다고 가정하면 지금 0% 협력하느냐, 아니면 10~20%라도 협력하느냐는 향후 중국 반도체 시장 공략에서 엄청난 차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 "韓 배터리, 中서 무슨 일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면 또 허 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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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표적 이차전지 기업 CATL이 공개한 한 생산기지 내부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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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이차전지) 시장에서는 이미 한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을 기술적으로 추종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종명 상하이과기대 화학과 교수(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 회장)는 "중국은 배터리 기술 면에서 되든 안 되든 일단 투자하고 본다"며 "어떻게든 성과가 나는 이유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통해 충분히 상품을 경쟁력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CATL 등이 집중한 인산철(LFP) 배터리는 도태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국 2020년에 테슬라가 중국의 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기 시작했다"며 "낮은 가격 탓이기도 하지만 결국 낮은 에너지밀도가 많이 개선되면서 한국의 주력인 삼원계(NCM) 배터리와 비슷한 성능을 만들어냈다는 의미이며, 한국 3사도 뒤늦게 인산철 배터리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3사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중국은 반고체 배터리로 대응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액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분리막을 없애고 성능을 개선하는 원리다. 김 교수는 "중국은 바로 전고체로 가기 어려우니 중간단계 격인 반고체 배터리를 개발, 실제 탑재까지 해냈다"며 "그러고 나니 전고체로 바로 간다던 한국 기업들도 반고체를 고민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시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나트륨이온전지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싸고 안정성이 높은 대신 부피가 큰데, 차에는 탑재하기 어려워도 ESS(에너지저장장치)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뒤늦게 중국에서 상품성이 검증된 다음에 한국 기업들이 쫓아온다면 타이밍이 늦고 또 허를 찔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좀 더 잘 알아야 하며, 그러자면 기초연구 단계에서 교류 협력을 확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 "합성생물학 시장도 미·중 중심으로 급속 재편"

정용삼 난징농업대 동물의학과 교수는 중국의 발전하고 있는 합성생물학 시장을 소개했다. 그는 "합성생물학은 기존 유전공학이나 생명공학에 첨단바이오기술과 에너지, 신소재, 환경, 농업, 제약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라며 "기존에 재현성이 떨어지고 투자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AI(인공지능)나 로봇 등 자동화 기술을 모두 접목하는 게 바로 합성생물학"이라고 설명했다.

합성생물학 분야의 시장성을 비약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반도체 공정의 파운드리와 같은 개념인 '바이오 파운드리'가 필요하다. DNA 조립에서부터 세포 개량까지 복잡한 과정을 AI기술을 이용, 빠른 순환공정으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창궐 당시 개발됐던 모더나 백신도 이 바이오 파운더리를 통해 만들어졌다"며 "개발 시작부터 제품화까지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기존 개념대로면 5년, 빨라야 2~3년은 걸렸을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합성생물학 시장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정 교수는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에 따르면 합성생물학 중점기술 44개 항목 중 중국이 37개 항목에서 미국에 앞서고 있으며, 그 중 8개 항목에는 기술독점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한중 간 인재교류 활성화와 인프라 공동 활용 등을 통해 공용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4. "수소, 중장기 프로젝트 중심으로 협력 접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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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신화/뉴시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4일(현지시각) 중국 산업 중심지 충칭에 있는 보쉬 수소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3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숄츠 총리는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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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산업은 기술력 면에선 한국이 앞서는 부분이 있지만 이미 덩치 면에선 중국이 세계 톱클래스다. 김정식 북경항공항천대 중국-프랑스공학부 교수는 "중국은 전세계 수소의 25%를 생산하는 동시에 20%를 소비하는 수소대국이며, 산업 밸류체인 속에서 매우 다양한 곳에 수소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 수소산업은 점차 교통 쪽으로 중심을 옮겨갈 것이며 정부 지원도 연료전지(퓨얼셀) 차량과 전기차가 공존하고 선순환하는 쪽으로 집중될 것"이라며 "다만 중국 정부가 꿈꾸는 수소 수출국 지위 확보 계획은 아직 답보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 생산량에 비해 중국의 수소 국제 스탠다드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낮으며 중국엔 이를 키워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수소 파이프라인 동서 연결 프로젝트 속에 한국과 협력할 계기를 찾아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단기적 프로젝트로 협력한다면 당장의 이해관계나 현안에 휩쓸려 초점이 흐려지기 쉽다"며 "반면 10년 후 목표 등을 놓고 협력하기는 상대적으로 쉬우며 대승적 어젠다를 공동으로 형성하는 과정에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 "깜깜이 된 중국 양자연구, 미·유럽 무섭게 추격한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 양자기술 면에서도 중국은 엄청난 추격자다. 김기환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는 "2015년까지만 해도 중국의 양자 프로젝트는 연구비용까지 모두 공개됐지만 2020년을 지나면서 자료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2021년 허페이(合肥)에 양자국립연구소가 세워졌는데, 엄청난 규모와 연구진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도 없을 정도로 로우키(low-key)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기술은 아직 주류로 떠오른 하드웨어도, 양자기술을 통해 어떤 기술적 진보가 이뤄질지도 입증되지 않은 말 그대로 미지의 시장이다. 그럼에도 미국과 유럽, 중국이 사력을 다해 연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여러 막연한 가능성 중에서도 양자컴퓨터 기술이 가장 성공 확률이 높다"며 "일부 문제 해결에 있어 슈퍼컴퓨터보다 개선된 성능을 보일 수 있고 미래 사회에 많은 영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 유럽에서 연구한 연구자들을 엄청나게 흡수하고 중국 내 곳곳에서 제약 없는 연구를 허용하면서 급속도로 양자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논문이나 특허 출원 건수도 크게 개선되고 있는데, 세계를 선도하기보다는 미국이나 유럽 어젠다를 따라가는 추격자 마인드는 한계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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