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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최대 15조 예산 감당 못해…미국 화성 암석 회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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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 항공우주국의 화성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와 표본 회수에 쓰일 우주선을 한데 모아 묘사한 그림. 미 항공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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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나사)의 화성 암석 표본 회수 계획(MSR)이 기로에 섰다. 나사는 예산 부족이라는 늪에서 빠져 나올 수단을 찾지 못해 새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나사가 2033년까지 화성 표본을 가져 오는 데 드는 비용으로 예상한 액수는 50억~70억달러였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독립적인 검토위원회(IRB)는 총 비용이 80억~11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화성 표본 회수는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예상과 일정을 토대로 시작됐다”며 “기술적 문제, 위험의 정도, 지금까지 보여준 것을 보면 임무가 제때 시작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나사는 지난 몇달간 보고서를 검토한 끝에 최근 “화성 표본 회수에 최대 110억달러(약 15조원)가 들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기존 계획의 비현실성을 인정했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110억달러는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나사는 현재 예산과 계획이라면 2040년이나 돼야 표본을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나사의 산드라 코넬 부국장은 “현재 여건을 고려하면 유럽우주국의 지구 귀환선은 2030년, 나사의 표본 회수 및 상승선은 2035년에 발사돼 2040년 표본을 지구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가 이번 회계연도에 화성 표본 회수 임무에 투입하는 금액은 3억달러로, 애초 신청한 9억5천만달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지난 2월엔 이 임무 주관 기관인 제트추진연구소가 인력의 8%를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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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의 화성 궤도선 마스익스프레스가 찍은 예제로 충돌구 가장자리의 옛 삼각주 지역.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가 표본을 수집하고 있는 곳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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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건이라면 2040년이나 가능





문제는 2040년대는 미국이 화성에 우주비행사를 보내 직접 탐사하기로 한 시기라는 점이다. 따라서 2040년 이후엔 굳이 비싼 돈을 들여 화성에서 암석을 가져오는 일이 무의미해진다.



대안은 예산 환경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나사는 이에 따라 기존 계획을 포기하고, 민간 기업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나사는 다음달 17일까지 항공우주기업과 나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좀 더 빨리, 좀 더 적은 비용으로 화성 표본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받기로 했다. 나사의 니콜라 폭스 과학임무담당 부국장은 “일정 지연과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면서도 이미 기술이 검증된 대안을 원한다”고 말했다.



나사는 제안서 중 2개를 후보로 선택한 뒤 면밀한 검토를 거쳐 10월 중 새로운 표본 회수 방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나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록히드마틴, 노스럽 그러먼, 보잉, 스페이스엑스 등이 제안서 제출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스페이스엑스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스페이스엑스는 현재 화성 여행을 목표로 한 역대 최강 로켓 스타십을 개발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비키 해밀턴 박사(행성과학)는 보고서가 나온 지 거의 8개월이 지났는데도 나사가 확실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것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행성협회의 우주정책 책임자 케이스 드레이어는 사이언스에 “이것은 계획이 아니라 기도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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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가 2023년 1월 노천 저장소에 보관한 10개의 표본 용기 중 일부. 미 항공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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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할 표본 수, 30개서 10개로 축소





나사는 애초 유럽우주국과 공동으로 2026년 나사의 표본 수거용 착륙선과 유럽우주국의 지구 귀환선을 각각 2026년에 발사해 2031년 표본을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착륙선을 수거용과 운반용 2개로 나누고 발사 시기는 2028년, 귀환 시기는 2033년으로 늦췄다.



목표는 최대 38개의 표본을 채취해 용기에 담은 뒤 30개 이상을 수거해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다. 나사는 그러나 지난 17일 발표한 제안서 공고문에서 목표 수치를 대폭 수정해 “10개 이상만 가져오면 된다”고 밝혔다.



2021년 화성에 착륙한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가 지금까지 채취해 담아 놓은 표본 수는 24개다. 이 가운데 일부는 화성 표면의 노천 저장소에 보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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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1일 화성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가 24번째 표본을 채취하는 모습. 미 항공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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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추월 당할 가능성도





나사가 예산 문제에 발목이 잡힘에 따라 화성 탐사에서 미국을 앞서려는 중국의 계획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중국은 2028년 2개의 우주선을 화성으로 보내 화성 표본을 채취해 담은 뒤 2031년 7월 지구로 돌아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성공할 경우 인류 최초의 화성 표본 회수라는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중국의 화성 표본 수집 전략은 ‘속전속결’이다. 화성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표본을 수집하고 있는 미국 탐사선 퍼시비런스와 달리, 중국은 한 곳에서만 표본을 수집한다. 수집 활동을 돕기 위해 나사의 인지뉴이티와 비슷한 소형 헬리콥터와 4족 로봇도 보낼 예정이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5파운드 자루에 10파운드의 감자를 담을 수 없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한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우주매체 스페이스뉴스는 나사 관계자의 말을 빌어 “화성 표본 회수 임무를 중단하거나 심지어 취소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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