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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스라엘 라파 공격에 어린이 18명 숨졌는데…미, 이스라엘에 36조 군사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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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미국 하원이 이스라엘에 36조에 달하는 군사 지원을 실행하겠다고 결정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피난민들이 모여있는 남부 도시 라파를 공습해 어린이 18명을 포함해 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이하 현지시각) <AP> 통신은 "이스라엘이 (20일) 밤 사이 가자 남부 도시 라파를 공습해 어린이 18명을 포함 22명이 사망했다고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이 21일 밝혔다"며 "시신을 인도받은 쿠와이티 병원에 따르면 첫 번째 공습으로 부부와 3살 아이가 사망했는데 여성은 임신한 상태였다. 두 번째 공습으로 17명의 아이들과 2명의 여성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이 공격을 가했던 병원 인근에 매장된 180구의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이날 "팔레스타인 민방위 대원들과 구급대원들은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위치한 나세르 의료단지에서 이스라엘군에 묻힌 180 시신을 수습했다"며 "시신 가운데 고령의 여성과 어린이, 젊은 남성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수색은 지난 7일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철수시킨 뒤에 진행됐다. 이스라엘은 지난 2월부터 해당 의료단지에 대해 지속적인 공격을 가해왔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을 이곳으로 피신시켜놓았고 테러 시설이 있다는 이유였지만, 이에 대한 결과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근 지역은 사실상 폐허가 된 상태다.

프레시안

▲ 21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위치한 나세르 의료단지에서 180구가 넘는 시신이 발견됐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측이 매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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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통신은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이날까지) 3만 4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했으며, 그들 중 적어도 3분의 2가 어린이와 여성"이라며 "가자지구의 두 개의 가장 큰 도시들을 황폐화 시켰고, 엄청난 파괴를 남겼다. 인구의 약 80%가 해안 지역의 다른 지역으로 피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스라엘은 230만 명 가자 인구의 절반 이상이 피신한 라파에 거의 매일 공습을 가했다"며 "이스라엘은 또한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자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무장 단체 하마스에 대한 지상 공격을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유대교 명절인 유월절 계기 연설에서 "불행히도 하마스가 모든 인질 석방 제안을 거절했다"면서 "우리는 곧 하마스에 고통스러운 타격을 가할 것이다. 이것이 인질을 석방시키고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하마스에 대한 정치적‧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0일 미 하원은 이스라엘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대만 등에 대한 군사지원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은 260억 달러(한화 약 36조 원)에 달한다.

<AP> 통신은 해당 예산안에 대해 "상원은 빠르면 23일에 이 지원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즉시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 안에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금 약 90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는데, 전문가들은 가자지구가 기근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예산을 통과시키고 네타냐후 총리의 사실상의 작전 실행 선언까지 나오면서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3>이 2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는 지난 7일 "승리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다"며 전쟁 승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을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발언을 신뢰한다는 비율은 16%에 그쳤다.

또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 선거가 오늘 치러진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냐는 질문에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베니 간츠가 속한 국가통합당이 30석으로 1위를 차지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2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여전한 세를 보였으나 기존 32석으로 1당을 차지한 것에 비하면 상당 부분 줄어든 수치다.

총 120석의 크네세트 의석 중 반 네타냐후 진영이 64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가 속한 '예쉬 아티드'는 15석, 중도 우파이자 현재도 반 네타냐후 진영에 속해있는 '이스라엘 베이테이누'가 11석, 노동당 4석, 연합아랍이 4석 등을 가져갈 것으로 나왔다.

다만 이스라엘이 이란과 포격을 주고받으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7일부터 이틀 동안 이스라엘의 여론조사업체 라자르가실시한 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이 37%로 일주일 전에 비해 2% 포인트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에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와 지지율 격차가 12%에서 5% 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또 현재 연립정부가 120석 중에 50석을, 반 네타냐후 진영이 6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 역시 전쟁이 발발했던 지난해 10월 둘째 주 32석의 격차가 났던 것에 비해 상당 부분 줄어든 수치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가 정권 유지를 위해 라파 지역 공격을 비롯, 전쟁을 계속 유지·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다마스쿠스에 위치한 이란 영사관을 정밀 폭격하면서 이후 이란과 포격을 주고받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쟁을 이어가기 위해 공격할 대상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가자지구에서 벗어나 전선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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